의학·과학 건강

피부를 젊게 하면 뇌도 젊어질까… '회복력' 잃어갈 때 노화 드러내 [전은영의 피부이야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닥터은빛의원 원장
닥터은빛의원 원장

최근 안티에이징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가설이 회자된다. "광선 치료를 얼굴이 아니라 몸 전체에 하면, 뇌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피부와 뇌가 모두 외배엽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발생학적 기원이 같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늙거나 함께 회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소문으로만 넘기기는 어려웠다. 질문이 틀린 게 아니라, 아직 답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의 출발점은 2013년 스탠퍼드대 연구다. 광노화된 피부에 광대역광을 반복 조사한 뒤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더니, 노화로 변화했던 2265개의 RNA 가운데 1293개가 젊은 피부와 더 유사한 양상으로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다만 장비 제조사의 후원을 받은 소규모 예비 연구였고, 분석 대상도 피부 조직뿐이었다. 수명 연장이나 기억력 향상을 본 연구는 아니다. 과장은 늘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건, 이제 피부를 단순한 '껍데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자, 외부 환경과 가장 먼저 만나 염증 신호를 만들어내는 면역기관으로 이해된다. 노화도 장기 하나가 늙는 현상이 아니라 몸 전체가 회복력을 잃어가는 과정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피부도 그 네트워크의 일부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진료실에서 20년 넘게 얼굴을 마주하며 반복해서 본 게 있다. 같은 나이, 같은 시술을 받아도 어떤 피부는 시간이 갈수록 생기가 살아나고, 어떤 피부는 개선되어도 어딘가 지쳐 보인다. 그 차이는 시술보다는 회복 과정에서 갈렸다. 잠, 스트레스, 염증 상태, 그리고 자극 이후 얼마나 건강하게 균형을 되찾는지가 결과를 바꾸었다.

광선 치료에서 빛은 피부를 그냥 통과하지 않는다. 파장에 따라 멜라닌과 헤모글로빈 같은 표적에 흡수되어 선택적인 열손상을 만들고, 뒤이은 회복과 재형성을 촉발한다. 효과를 가르는 건 빛 자체보다는 그 자극에 피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회복 과정에서 피부장벽과 색소·혈관의 균형이 잡히고 구조가 정돈되면, 피부가 빛을 반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일시적 광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러운 생기가 남는다.

노화는 주름만 늘어나는 과정이 아니다. 상처가 늦게 낫고, 피로가 오래가며, 근육 회복도 더디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피부와 뇌는 서로 다른 장기지만 둘 다 회복력을 잃어갈 때 노화를 드러낸다. 그래서 이 질문을 피부와 뇌의 관계보다, 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피부를 젊게 하면 뇌도 젊어질까. 아직 과학은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피부에서 보는 빛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몸이 아직 잘 회복하고 있다는 가장 정직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닥터은빛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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