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시도 사건 은폐한 교사들…제주교육청·학폭위는 외면
중도입국학생에 집단 폭력 가한 초등학생들…2차 가해 계속 아이 지키려 분투한 결혼이주여성 가슴엔 절망만 가해 학생·학부모가 피해 학생·학부모 학폭 고발하기도
투신 시도 사건 은폐한 교사들…제주교육청·학폭위는 외면
중도입국학생에 집단 폭력 가한 초등학생들…2차 가해 계속
아이 지키려 분투한 결혼이주여성 가슴엔 절망만
가해 학생·학부모가 피해 학생·학부모 학폭 고발하기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꺄악~' 하는 큰 소리가 들려서 3층으로 올라갔더니 영희(가명)가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하고 있어서 달려가서 팔을 잡았어요. 곧바로 수호(가명)가 달려와 다른 팔을 붙잡았고요."
2025년 11월 28일 점심시간에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투신하려던 5학년 영희의 팔을 붙잡았던 철수(가명)의 기억이다.
영희는 2학년 때 제주에 온 중도입국학생으로, 아직도 우리 말이 서툴고 이해력이 조금 떨어진다.
영희에 대한 학폭은 4학년 2학기 때부터 시작됐다. 영희는 1년이 넘도록 같은 학년 일부 학생들에게 놀림과 혐오,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사건이 있던 날도 영희는 '역겹다', '혐오스럽다', '왜 전학 안 가냐, 빨리 전학 가라' 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을 놀리는 한 학생과 싸웠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학교의 교사들은 이 같은 자살 시도 사건을 은폐했다. 제주도교육청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아이를 보호하려는 엄마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했다.
◇ 기록 없는 학생 투신 시도 사건
담임 교사는 사건 발생 후 3시간 이상 지난 뒤 영희 엄마 진영(가명) 씨에게 통화가 가능하냐는 문자를 보냈다.
진영 씨가 전화하자 담임은 "영희가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친구들이 너무 괴롭혀서 힘들다'며 3층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진영 씨는 곧바로 학교로 달려가 영희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진영 씨는 이후 학교에서 그 사건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결혼이주여성인 진영 씨는 영희만 잘 설득해서 학교에 다시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자살 시도를 막은 철수와 수호에게도 정회 회복을 지원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진영 씨는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한 법률을 뒤늦게 알고 학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청구 내용은 자살 시도 사안 관련 신고 접수 대장 및 보고 서류 일체, 학교위기관리위원회 소집 및 회의록과 사안 발생 보고서 등 내부 결재 서류 일체, 보건실, 위클래스 상담 및 조치 기록 대장 등 3건이다.
학교는 요청한 자료와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장, 회의록, 내부 결재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교육지원청 역시 공개할 대상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따라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고, 피·가해 학생의 상태를 확인해 분리하거나 필요시 긴급조치를 취한 뒤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다만 사안 발생 당일 교육청에 유선으로 보고됐고, 이미 진행되고 있던 영희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계 상담 협조를 요청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선 보고나 상담 협조 요청은 당시 담임교사의 교무수첩에만 적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생의 생명이 꺼질뻔한 중대한 사건임에도 공식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은 은폐 주장을 뒷받침한다.
◇ 결혼이주여성의 학폭 대응 분투와 절망
자살 시도 사건은 5개월여 만인 지난 4월 22일 철수 부모가 영희를 괴롭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발견해 학교에 학폭 신고를 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새로 온 6학년 담임은 신고된 사이버폭력(온라인 집단 괴롭힘)과 관련한 예방 교육을 하고, 학교는 다음 날부터 7일간 피·가해 학생을 분리했다.
진영 씨는 그제야 영희에 대한 학폭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고 5월 5일 '학교 폭력에 대한 피해 학생 부모 의견서 및 사안 보고'라는 문건을 학교에 제출하며 가해 학생들과 다시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문건에서 사이버폭력 가해자와 자살 시도 사건 관련 가해자들이 같은 학생들이며, 학폭이 오랫동안 진행돼 왔음을 자세히 설명했다. 영희와 같은 반 학생의 가해 목격 진술서, 피해 학생 상담사의 상담 기록도 첨부했다.
그러자 새로 부임한 교장은 같은 달 19일 철수 부모에게 있지도 않은 '학폭 보류 제도'를 언급하며 진영 씨를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살 시도 사건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진영 씨는 또 같은 달 28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이버폭력에 대한 분리 조치 후 심각한 2차 보복 행위가 행해지고 있다며 학교장의 긴급조치(출석 정지) 발동을 촉구했으나 학교폭력전담기구 심의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31일에는 교육청 학폭 전담 조사관에게 자살 시도 사건과 사이버폭력 가해 학생들의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가해 학생 전학 처분을 요청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6월 17일에는 교육청에 학교 관리자들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으나 학교가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다.
진영 씨는 마지막으로 같은 달 24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가해자의 교화와 교육에 앞서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강제 전학 처분을 요청했다.
학폭위 결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연결된 학폭 병합 심사 외면한 교육청과 학폭위
학폭위는 가해 학생 4명에게 출석정지 3∼5일, 사회봉사 2∼5시간, 특별교육 5시간 등을 처분했다.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도 명했다.
그런데 학폭위가 밝힌 심의 대상 행위 10가지에 자살 시도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학폭위는 심의에 앞서 학폭법에 따라 전담기구 조사 과정에서 작성·제출한 자료 이외 추가로 심의위에 알리거나 제출하고 싶은 자료가 있다면 출석해 진술·제출하거나 사전에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진영 씨는 이에 학폭위 심의 대상에 자살 시도 사안이 누락됐음을 지적하고, 계속되는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인 '강제전학'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더불어 학폭위 심의 당일 영희와 함께 출석해 자살 시도 사안에 대해 진술하려고 했다.
그러나 진술은 저지당했다. 교육청 전담 변호사가 사이버폭력 사건 이외에는 진술할 수 없다고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한다.
교육청 조사관도, 학폭위 위원들도 똑같은 가해 학생들에 의한 학폭으로 자살 시도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이버폭력과 투신 시도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투신 시도 사건에 대한 심의를 원한다면 별도로 학폭 신고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진영 씨와 철수의 부모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똑같고 하나로 연결된 사건을 병합하지 않고 별도로 취급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나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연관된 사안이 확인되면 병합해 수사하고 더 강하게 처벌한다"며 "법원도 연결된 사건은 병합해 판결하는데 교육청과 학폭위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최근 거꾸로 영희와 철수, 철수의 부모에 대해 학폭 신고를 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교육계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