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중국은 못믿어"…싸고 좋아도, 보안 앞에 멈칫 '차이나 포비아' [AI 패권, 중국의 반격⑤]
[딥시크·큐원·키미 해외 개발자 시장 진입]
저비용·현지 배포 장점에도 개인정보·검열 우려
한국·이탈리아·호주 등 딥시크 관련 제한 조치
[파이낸셜뉴스] 중국 AI 모델은 해외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개발자는 딥시크, 큐원, 키미, GLM 같은 모델을 허깅페이스와 깃허브, 제3자 클라우드에서 내려받거나 호출해 쓸 수 있다. 비용이 낮고 배포가 빠르다는 점은 스타트업과 연구자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해외 정부와 기업이 보는 기준은 다르다. AI 모델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이용자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민감 업무에 써도 되는지, 답변이 특정 정치 기준에 따라 제한되는지까지 확인한다. 중국 모델이 싸고 성능이 좋아도 정부·금융·의료·국방처럼 민감한 영역에서는 별도 심사를 거친다.
중국 공개형 모델은 해외 확산 속도가 빠르다. 모델 가중치가 공개되면 개발자는 원 개발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도 모델을 시험할 수 있다. 제3자 클라우드가 모델을 호스팅하면 이용자는 중국 기업과 직접 계약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중국 AI 모델 분석에서 공개형 모델이 허깅페이스, 깃허브, 클라우드 제공업체, 로컬 배포, 제3자 추론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SIS는 유럽 스타트업, 동남아 정부기관, 라틴아메리카 개발자도 큐원, 딥시크, GLM, 키미를 제3자 호스트를 통해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구조는 정치적 부담을 낮춘다. 중국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설치하지 않아도 모델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서버에 모델을 올리면 입력 데이터가 원 개발사로 가지 않는 방식도 가능하다. 비용과 통제권을 중시하는 기업에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와 중국 디지털 정책을 연구하는 디지차이나(DigiChina)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중국 공개형 모델의 세계적 확산을 다뤘다. 보고서는 딥시크 R1과 알리바바 큐원 계열 같은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앱과 서비스 형태로 제공될 때다. 사용자가 챗봇 앱에 입력한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제3자에게 제공되는지, 삭제 요청이 가능한지에 따라 각국 개인정보 규제와 충돌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딥시크 앱은 한때 신규 다운로드가 중단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2월 딥시크 앱의 국내 신규 다운로드가 2월 15일부터 잠정 중단됐다고 밝혔다. 당시 개인정보위는 딥시크가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를 강화하기 위해 앱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고, 개선·보완 뒤 재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같은 해 4월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결과 국내 출시 당시 딥시크는 개인정보 국외 이전 사실과 이전받는 업체, 이전 항목 등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고, 한국어 개인정보 처리방침도 제공하지 않았다. 개인정보위는 국외 이전 고지와 이용자 선택권 보장, 프롬프트 정보 처리 개선 등을 권고했다.
딥시크는 이후 한국어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공개하고 국내 앱 마켓에서 신규 다운로드를 재개했다. 따라서 국내 사례는 중국 AI 서비스가 해외에서 개인정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서비스 자체가 제동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 당국도 딥시크에 조치를 취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2025년 1월 30일 딥시크 관련 차단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당국은 딥시크 측에 어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지, 수집 목적과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데이터가 중국에 저장되는지 등을 문의했다.
호주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정부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호주 정부 보호보안정책프레임워크(PSPF) 지침은 정부 기관이 딥시크 제품, 앱, 웹서비스 설치와 사용을 막고 기존 설치분을 제거하도록 했다.
중국 AI 모델은 답변 검열 문제도 따라다닌다. 중국 내 생성형 AI 서비스는 당국 등록과 콘텐츠 관리 기준을 따른다. 해외 이용자는 같은 모델이 민감한 정치·역사 주제에 어떻게 답하는지 확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검열 자체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모델이 특정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특정 관점을 반복하면 고객 서비스와 정보 검색, 교육용 서비스에 쓰기 어렵다. 국가별 법규와 기업 내부 규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공개형 모델은 이 문제를 일부 줄일 수 있다. 원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적으로 조정하면 서비스 운영자는 일부 답변 정책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기본 학습 데이터와 안전정렬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에는 모델이 왜 그런 답을 내는지 완전히 알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도 해외용 모델과 서비스를 따로 설계하고 있다. 다국어 지원, 현지 클라우드 호스팅, 기업용 배포, 오픈웨이트 공개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 조달과 민감 산업에서는 중국산 모델이라는 이유만으로 추가 보안 검토가 붙는 경우가 많다.
중국 AI 모델은 가격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공개형 모델은 개발자와 스타트업의 실험 비용을 낮춘다.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가져와 업무별로 조정하면 초기 개발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미국 폐쇄형 모델보다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에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도입 심사가 길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 영향평가, 데이터 국외 이전, 보안 로그, 모델 업데이트 주기, 공급업체 소재지, 정부 접근 가능성 등이 검토 대상이 된다. 가격이 낮아도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은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중국 AI의 해외 확산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개발자와 스타트업이 공개형 모델을 빠르게 시험하는 흐름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와 대기업이 보안·개인정보 기준을 확인한 뒤 제한적으로 쓰는 흐름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쓰는 조직과 업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CSIS는 중국 AI 모델이 반드시 중국 기업의 앱을 통해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허깅페이스, 깃허브, 클라우드 업체, 제3자 추론 플랫폼을 거치면 해외 기업과 개발자도 큐원, 딥시크, GLM, 키미 같은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CSIS는 보고서에서 "유럽 스타트업, 동남아 정부기관, 라틴아메리카 개발자는 큐원, 딥시크, GLM, 키미를 제3자 호스트를 통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AI 모델이 해외에서 퍼지는 통로가 이미 중국 기업의 앱 밖으로 넓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제3자 호스트를 거친다고 보안 검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정부는 모델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운영 과정에서 어떤 보안 기준을 적용하는지 따진다. 중국 AI 모델을 직접 앱으로 쓰지 않아도, 모델 출처와 데이터 관리 방식은 해외 도입 과정에서 계속 확인 대상이 된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