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기고] K-컬처가 부르지 않는 이름, 게임

파이낸셜뉴스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지난 3월 20일 출시된 국산 콘솔 게임 '붉은사막'은 출시 83일 만에 600만장을 판매했다. 개발사의 1·4분기 매출은 3285억 원, 그중 북미와 유럽이 81%였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이 게임에서 태권도를 익히고, 한식을 먹는다. 수십 시간에 걸쳐 한국 문화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한다.

정부는 지난 5월 2030년까지 시장 400조원, 수출 1100억 달러로 K-컬처 목표를 상향했다. 국정 과제였던 문화 수출 50조원의 세 배가 넘는다.

문제는 그 목표를 감당할 산업의 정책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숫자 두 개면 충분하다. 게임산업은 2024년 우리 콘텐츠 수출의 60.4%를 담당했다. 그런데 2026년 콘텐츠산업 예산 1조 6177억 원에서 게임 비중은 6.9%다.

수출 비중은 이듬해 57.7%로 내려앉았다. 수출의 29.7%가 중국에 쏠려 있어 판호 하나에 산업이 출렁이기도 한다. 세계 게임시장의 28.4%인 콘솔에서 우리 점유율은 1.5%다.

정부가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세제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방송·영화·OTT에 최대 30%의 제작비 세액공제를 주고 지난해 웹툰까지 포함했다. 그런데 게임에는 없다. 재정경제부의 반대 논거는 게임의 이미지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고 이미 연구개발비의 40%를 공제받아 중복이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논거는 붉은사막이 답했다. 영화는 두 시간, 드라마는 십수 시간이지만 게임은 수십 시간 이상을 그 안에서 직접 움직인다. 노출의 양만 따져도 뒤질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칸막이를 치면 풀린다. 기술개발비는 연구개발 공제로, 창작비는 제작비 공제로 나누면 된다.

영국이 그렇게 한다. 개발비의 34%를 현금으로 돌려주되 연구개발 공제를 받은 비용은 대상에서 뺀다. 남는 것은 세수다. 영국은 도입 전 3년간 개발 인력이 줄었지만 이후 1만5000명이 늘었다. 지금 영국 게임산업은 연 120억 파운드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22억 파운드를 세금으로 낸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프랑스처럼 하면 된다. 공제율 30%에 기업당 연 600만 유로 상한, 나갈 돈의 최대치가 미리 정해진다.

둘째, 규모와 지속이다. 우리 게임 제작지원금은 프로젝트당 약 5억원, 독일은 연 1억 2500만 유로 연방기금으로 프로젝트당 최대 130억원을 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0억원 트랙 신설을 협의 중인 것은 옳지만 그래도 독일의 4분의 1이다.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캐나다 퀘벡주는 세계 3대 개발 허브를 만든 세액공제를 재정 절감을 이유로 줄였다가 인재 유출을 겪었다. 개발 주기가 3~5년이라면 제도의 존속 기간도 5년 이상으로 법에 못 박아야 한다.

셋째, 진흥이 아니라 보호다. 2024년 국내 게임 벤처투자는 1319억 원에 그쳤다. 10년 만의 최저다. 돈이 마르면 지분이 나가고, 지분이 나가면 경영권이 넘어간다. 지난달 위메이드가 그 경로를 밟았다. 자금이 마른 자리에서 지식재산권을 헐값에 넘기면 성공해도 과실은 국내에 남지 않는다. 정책금융의 역할은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실이 남을 자리를 지키는 데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의 분수령은 이번 정기국회다. 미루면 산업은 또 1년을 기다린다. 디지털 산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늦은 제도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영상콘텐츠를 본떠 '제작비'를 공제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게임에는 제작이 끝나는 날이 없다. 출시 후에도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나뉘어 비용 귀속도 분명하지 않다. 퀘벡이 다른 길을 택한 이유가 여기 있다. 자국에 지급한 창작인력 인건비를 기준으로 37.5%를 공제한다. 인건비는 해마다 액수가 확정되고 어디서 일한 사람인지 분명하며 수출과 무관해 통상 마찰도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 같은 개발조직을 오래 유지할수록 공제율을 올리는 것이다. 3년, 5년 단위로 높이고, 출시 후 일정 기간 안에 팀을 해체하면 받은 만큼 돌려받으면 된다. 우리 게임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출시와 동시에 개발팀이 흩어지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력이 흩어지면 경험도 노하우도 남지 않는다. 다음 프로젝트는 다시 맨땅에서 시작한다. 붉은사막이 십수 년을 함께한 팀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제는 비용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역량을 축적시키는 장치가 된다.

게임산업의 진짜 자산은 지식재산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팀이다. 정책이 세어온 것은 매출이었고, 세지 않은 것은 사람이었다. 400조는 구호로 달성되지 않는다. 수출의 60%를 감당하는 산업과 그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정책이 닿아야 한다.

이동규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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