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실거주 의무가 키운 양극화…'똘똘한 한채' 쏠림 심해졌다[이종배의 부동산산책]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재명정부 부동산 대책의 역설
대출규제·세제개편 '실거주'가 키워드
서울 노른자위 주택에 되레 수요 몰려
5년간 서울 평균 매매가 30% 오를때
경기 3.4% ↑… 인천은 3.1% 떨어져
집주인 직접거주로 전월세 시장도 불안
전문가 "단편적 정책에 곳곳서 부작용"

실거주 의무가 키운 양극화…'똘똘한 한채' 쏠림 심해졌다[이종배의 부동산산책]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를 부과한 것이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규제'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이후 연이어 나온 집값 대책부터 최근 세제개편까지 '실거주'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정책의 목적과 의도를 떠나 실거주는 새로운 양극화와 시장 불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9일 파이낸셜뉴스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집값 폭등기 때인 지난 2021년 6월과 올 6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분석한 결과 소위 '똘똘한 한 채' 대상은 더 넓어지면서 양극화의 간극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 집값이 오른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에도 볼 수 없었던 양극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 규제 등 실거주 중심의 정책이 시장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5년간 서울 30% 오를 때 인천 -3.1%

부동산R114의 최근 5년간(2021년 6월∼2026년 6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을 보면 지역별 편차가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서울의 '가파른 독주'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8470만원에서 16억7398만원으로 30.3% 상승했다. 서울 25곳 가운데 2021년 6월 가격을 넘어서지 못한 곳은 강북구와 노원구·금천구·도봉구 등 단 4곳에 불과했다. 외곽지역인 관악구(상승률 10.2%), 구로구(7.9%), 중랑구(2.3%) 등도 폭등기 당시 가격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경기도 아파트값은 이 기간 6억983만원에서 6억3051만원으로 3.4% 상승하는 데 그쳤다. 5년간의 기간을 고려하면 보합 수준의 오름폭이다. 조사대상 47곳(구 단위 조사는 시 제외) 가운데 절반가량인 20곳은 집값 폭등기 당시 가격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6억원 하던 평균 매매가가 현재는 5억원 수준이다.

인천은 오히려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올 6월 평균 매매가는 4억5010만원으로 5년 전(4억6470만원) 대비 3.1% 떨어졌다. 특히 남동구의 경우 -12.4%의 변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은 폭등기 대비 30.3% 뛴 반면 경기는 3.4%, 인천은 -3.1% 등으로 간극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평균 매매가를 보면 2021년 당시 서울과 경기 격차는 2배였는데 현재는 2.6배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새 정부 이후 집값 흐름이 이 같은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더 넓어진 '똘똘한 한 채'…쏠림 더 확대

시·군·구 오름폭을 보면 서울에서도 상승률이 유독 높은 지역이 눈에 띈다. 노무현 정부 때 '버블세븐'이라면 현재는 '한강벨트'가 그 주인공이다. 강남 3구에 용산구·성동구·광진구·영등포구·양천구·동작구 등까지 가세한 것이다.

이들 지역의 5년간 평균 매매가 오름폭을 보면 서초구는 48.8%에 이른다. 용산구와 성동구·강남구도 이 기간 아파트값이 40% 이상 올랐다. 서초구와 강남구 올 6월 평균 매매가는 34억∼35억원대다. 송파구와 광진구, 영등포구·마포구 등은 30% 이상 집값이 뛰었다. 경기에서는 성남 분당구와 과천시가 오름폭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가 똘똘한 한 채 부작용을 만들어 냈는데 새 정부 들어서도 똘똘한 한 채가 한강변 주변 단지로 확산되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중심 정책으로 '투자가치가 높고 실거주하기 좋은 한 채'에 수요가 더 쏠리면서 똘똘한 한 채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실거주하는 1채 이상은 갖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왕이면 서울에, 서울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상품에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노도강은 물론 경기권까지 광범위하게 수요가 몰린 것과 대비된다.

아파트값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등포구다. 지난 2021년 6월에는 평균 매매가 13위를 기록했지만 올 6월에는 10위로 올라섰다. 용산구가 5년 전 5위에서 3위로 올라선 것도 눈에 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가격 급등을 막으려고 실거주를 핵심 정책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예전 정부와 똑같은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거주 중심의 정책이 오히려 특정 단지 및 지역 쏠림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거주의 또 다른 부작용 '전월세 불안'

전월세 시장은 예전 전세대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위험 단계'를 넘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전월세 매물도 새 정부 출범 때보다 감소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의 경우 전세 2만건대 초반, 월세 1만7000건대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초에는 전세 2만5000건대, 월세 1만9000건대 수준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매매가는 계속 뛰는 가운데 전세가 오름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매매시장은 또 다른 양극화, 전월세 시장은 불안의 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매매는 물론 전세와 월세 등 트리플 강세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도 그냥 비워두는 집이 아니라 세입자가 사는 집이어서 사용가치를 보면 거주 1주택과 같다"며 "비거주 1주택자들이 대부분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를 선택할 텐데 세입자 주거가 더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정책이 정부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1주택 실거주 규제가 새로운 양극화와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이라며 "가격 급등을 막으려고 내놓은 여러 파생적인 규제들까지 겹치면서 복잡한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실거주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너무 시장을 단선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 같다. 파는 것도 사는 것도 다 옥죄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시장 상황(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email protected]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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