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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TSMC 멈추면 한국경제도 멈춘다

파이낸셜뉴스

HBM 등 韓 메모리반도체 대부분
TSMC가 만든 GPU·AP에 들어가
韓 GDP의 23.8%가 줄어 큰 손실
대만침공이 '강건너 불' 될 수 없어
中, 北과 중단된 군사협력 재개
우리가 중립지킨다고 안전보장되나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전 주일대사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전 주일대사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전쟁 불씨가 도미노처럼 중동과 이란을 거쳐 동아시아로 전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북동맹이 부활하여 북한군이 참전하였고, 러시아군 공백이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중동국가 사이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며 미국까지 참전한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내륙 호수인 카스피해를 통해 오가는 유조선들을 드론으로 공격해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원유수송을 차단하고 있다. 카스피해를 오가는 수송선 정보를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미국이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전쟁은 이미 별개가 아니다. 우려스럽게도 유럽에서 시작된 전운은 중동을 거쳐 동아시아로 확대되려 한다.

전쟁서 밀리는 러시아는 북한군 3만명의 추가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함몰된 상황에서 중러 전략폭격기들은 편대를 이루어 한반도와 일본 주변 해.공역에서 날아다니고 있고, 중러 함대는 도쿄 앞바다에서 실사격 훈련까지 하고 있다.

얼마 전 중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북 간 군사교류를 언급하고 거의 사문화되었던 중북동맹조약 65주년을 성대히 치르자고 했다. 중단되었던 중북 군사협력이 재개된 것이다. 조만간 중북은 물론 중러북 연합훈련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러북 군사연대가 부활하는 동아시아는 안전한가?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대만 유사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 우리 전문가들 중 이를 예측했던 사람은 없다. 미국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러시아군이 증강 배치되는 상황에서 전면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다수의 국제정치학자나 유럽 외교관들은 침공에 따른 경제제재와 엄청난 군사적·경제적 손실을 근거로 "푸틴이 서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허풍을 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오판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에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이 가능한 역량을 갖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해협을 건너는 상륙작전은 극악의 난도를 갖고 있으며, 서방 제재로 중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예상된다. 아무리 트럼프 변수가 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무리한 침공을 결정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푸틴 대통령의 실패를 목격한 시 주석은 극도의 리스크가 있는 대만 침공을 자제하지 않을까?

푸틴이 그랬듯이 시 주석도 1인 독재체제에서 중국군 능력이나 대만 방어의지와 관련해 듣고 싶은 것만 보고받는 상황일 수 있다. 대만 유사시와 같은 외부위협을 조성하여 네 번째 연임과 심각한 국내 정치경제적 난관을 타개하려 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역사를 보면 전쟁은 합리적 판단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과거 일본은 군사적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승산이 없는 미국을 상대로 진주만 공격을 감행했다.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만 유사시 상황이 되면,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사실 강 건너 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도 중국과도 잘 하는 것이 실용외교라는 것이다. 역대 모든 정부들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과연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대만 유사시 상황은 강 건너 불이 절대 될 수 없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당사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3.8%가 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만 유사시를 국가위기로 보는 일본(13.5%)보다 큰 수치이다. 우리 수출입 물류의 40% 가까이가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은 그 비중이 90%에 달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다. 대만 TSMC가 멈추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은 TSMC가 만든 그래픽처리장치(G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들어간다.

TSMC가 멈추면 한국 반도체도 멈추고, 한국 경제도 멈춘다. 대만 유사시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절대 아닌 이유다. 중국이 최근 북한과 군사협력을 재개하고 있는 점은 대만 유사시가 한반도 유사시로 전이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만 중립을 지키고 외면한다고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만해협의 안전과 평화는 우리에게 긴요하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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