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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소부장에 달린 호남권 반도체

파이낸셜뉴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호남권에 800조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용수와 전력 자원을 확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반을 확보하는 방안은 아직 백지상태이다. 반도체 공장은 소부장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를 선택해 공장을 지은 이유 중 하나는 현지에 소니, 도쿄일렉트론, 신에츠화학을 비롯한 소부장 기업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 기술인력의 '남방 한계선'도 경기 용인과 평택이라 한다. 일반 중소기업의 지방 이전도 잘 안되는 판에 첨단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호남권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호남권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인력을 유치하려면 발상의 전환과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광주 군공항 일대에 조성될 반도체 산업단지는 '친환경·사람'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전형적인 산업단지처럼 공장만 빽빽이 들어서면 인재가 안 온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캠퍼스(campus)라고 부른다. 생산·연구·교육·휴식·주거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종합공간이라는 의미이다. 삼성전자 캠퍼스 수준의 소부장 산업단지를 호남권에 건설해야 수도권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수도권에 생활기반을 잡은 연구원과 기술인력에 대한 근무환경 지원도 필요하다. 수도권 연계 교통에 대한 접근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지방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은 직원들이 지역에 이주하도록 출퇴근을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민간기업에 통하지 않는다. 수도권 출퇴근과 출장이 신속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교통망과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반도체 인력이 호남권에 정주하도록 다각도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호남권에 이주하는 직원에게 주택의 특별공급 혜택을 부여하고 배우자의 직장도 알선해 주어야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한 좋은 학교도 필요하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소부장 기업에는 전폭적 자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반도체 소부장 양산에 필요한 설비투자와 운영자금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공급하면 큰 도움이 된다.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상속세 공제 혜택의 확대도 유용하다. 2024년도 세제 개편안에 비수도권 지역의 '기회발전특구'에 주사무소를 이전하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없애는 조치가 고려된 적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호남권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소부장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없애주면 큰 유인책이 된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유치는 지역 청년의 일자리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공장이 들어서도 호남권 인력채용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대기업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며, 성과급이 수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공장의 취업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지역 인력에 대한 진정한 일자리는 소부장 기업이 창출할 것이다. 글로벌 소부장 기업도 끌릴 정도로 매력적인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호남권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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