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디지털 전환 실패’ 日 자성, 강 건너 불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상반기 한국·대만 수출 일본 첫 추월
반도체 생태계 구축은 우리의 과제

수출이 1년 전보다 62.8% 증가한 988억9000만 달러(142조8268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7월에도 이어지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2개월 연속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수출이 1년 전보다 62.8% 증가한 988억9000만 달러(142조8268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7월에도 이어지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2개월 연속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상반기 한국과 대만의 수출액이 사상 처음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 언론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메이드 인 재팬'의 쇠퇴가 거론된 지 오래됐는데도 안일하게 대처해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다고 자성했다. 제조업을 넘어 첨단산업 전반에서 세계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한국·일본·대만 무역통계와 유엔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일본 수출액은 3844억달러로 한국(4963억달러)과 대만(4166억달러)에 뒤졌다고 전했다. 양국이 일본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수출은 전년보다 10% 느는 데 그친 반면, 한국과 대만은 50% 가까이 증가했다.

AI 반도체가 승패를 갈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대만 TSMC가 세계 AI 투자 확대의 수요를 흡수했다. 양국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0%에 달했다. 한국은 반년 만에 작년 연간 수출액을 넘어섰다. 반면 일본은 전체의 5%에 그쳤다. 제조장비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하지만 빠르게 커지는 첨단 반도체 완제품 시장과의 격차는 메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대만과의 격차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점유율은 70%를 넘어서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10%에도 못 미친다. 대만은 설계·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생태계로 AI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이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만에서 AI반도체로 조립돼 엔비디아에 공급된다. 한국이 대만 생태계의 부품 공급처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무라증권이 지난 4월 "AI시대에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대만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대목은 뼈아프다.

이런 우려는 경제지표로도 확인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년 후 대만보다 1만달러 이상 뒤처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만의 올해 성장률을 7%대로, 한국은 최근 상향됐음에도 3%대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 차이를 원인으로 꼽는다. 대만은 설계·생산·후공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를 일찌감치 구축했으나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 중심 수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호황이 끝나면 지금과 같은 수출 증가세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은 반도체·AI 전략산업에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보조금, 전력·용수까지 우선 지원했다.

일본처럼 체질개선의 시기를 놓치면 순식간에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세제 혜택과 전력·용수 등 국가적 지원에 힘써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특구 내 주52시간제 예외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반성은 일본만의 몫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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