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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떠나자 14분기 만에 '사자'…버크셔, 알파벳 14조원 베팅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벨 체제 첫 대규모 투자…2분기 주식 27조원 순매입
3년 넘은 매도 행진 종료…美증시 고평가 경고 달라지나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총에 등장한 워런 버핏(왼쪽)과 그렉 아벨 사진. 연합뉴스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총에 등장한 워런 버핏(왼쪽)과 그렉 아벨 사진.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뒤를 이어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게 된 그렉 아벨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첫해부터 투자 방향을 틀었다. 버크셔가 14분기 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선 데다 알파벳에만 10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면서 3년 넘게 이어졌던 '현금 쌓기'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 2·4분기 주식 순매입액 198억달러를 기록했다. 버크셔가 분기 기준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은 14분기 만이다.

아벨 CEO는 올해 1월 버핏의 뒤를 이어 버크셔의 경영을 맡았다. 그가 지휘하는 버크셔가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넘어 투자 전략의 변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투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버크셔는 2·4분기에 알파벳 보통주를 100억달러어치 사들였다. 이에 따라 알파벳은 단숨에 버크셔의 5대 상장주식 보유 종목에 포함됐다.

버크셔는 알파벳 등을 포함해 2·4분기에 상장주식 230억달러어치를 사들인 반면 매도 규모는 37억달러에 그쳤다. 주식 매도액은 2022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기에 45억달러 규모의 버크셔 자사주도 매입했다.

이는 버핏이 최근 수년간 보여준 움직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버핏은 지난 3년여 동안 3240억달러 규모에 달했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아왔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쌓이면서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도 크게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이를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버핏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버핏이 주식을 팔고 막대한 현금을 쌓는 것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 살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버핏의 투자 결정은 수십년 동안 미국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는 신호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미국 증시가 고점을 높이는 상황에서도 버크셔가 주식 매도와 현금 축적을 이어가자 시장에서는 버핏이 증시 조정을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는 상황에서 버크셔가 오히려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아벨 CEO는 상장주식뿐 아니라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버크셔는 미국 주택건설업체 테일러 모리슨을 기업가치 85억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 버핏 시대의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모습이다.

아벨은 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해 버크셔의 에너지 사업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지난 2018년부터는 보험을 제외한 버크셔의 사업 전체를 관리하면서 일찌감치 버핏의 후계자로 꼽혀왔다.

버핏은 1965년 경영난에 빠진 섬유업체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60년 동안 보험과 철도, 에너지, 제조업 등을 거느린 거대 투자회사로 키웠다. 버크셔는 현재 보험사 가이코와 내셔널 인뎀니티, 배터리업체 듀라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현금도 줄었다. 버크셔는 2·4분기 현금 보유 규모가 전분기보다 150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벨 체제의 투자 확대가 버크셔의 장기적인 전략 전환을 의미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버크셔의 주가는 올해 들어 3% 오르는 데 그쳐 같은 기간 14% 상승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버크셔가 앞으로도 현금을 줄이며 주식을 사들일지에 쏠린다. 버핏 시대의 '팔고 기다리기'가 아벨 시대의 '선별해서 사기'로 바뀐다면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버크셔의 투자 전략에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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