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12대 미션 수행할 K문샷 가동, 성과로 답해야

파이낸셜뉴스

신약·핵융합·양자 등 난제에 도전
한국형 R&D 새 모델 기대 크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0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열린 K-문샷 추진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0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열린 K-문샷 추진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가적 기술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K-문샷 프로그램'의 12대 미션 수행을 본격화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K-문샷 프로그램디렉터(PD)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미션별 단계적 로드맵과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PD들은 국가특임연구원 신분으로 각 분야의 연구 방향을 주도하고 산학연 협업을 조율하는 등 미션 수행 전반에서 보다 폭넓은 역할과 권한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2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5월 추진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K-문샷은 이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K-문샷은 신약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핵융합, 소형모듈원전(SMR) 활용 선박, AI 과학자, 양자, 우주 데이터센터 등 12개 분야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주제들에 도전하는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정부는 AI를 과학 연구 전반에 접목해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고, 2035년까지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신약개발 기간의 획기적 단축, 뇌 임플란트 상용화, 한국형 소형 핵융합 실증로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목표들이다. '문샷'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출범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미션을 총괄할 PD를 뽑아 놓고도 신분과 권한, 보수체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연간 최대 2억5000만원 수준의 보수가 책정된 가운데 비상근 근무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근무형태의 적절성을 둘러싼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제시한 '반상근' 근무 형태를 적용할 제도적 기반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국가 R&D의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면서 정작 기본적인 근무조건부터 혼선을 빚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절충안은 PD를 주 15시간 이상 시간선택제로 운영하고, 보수도 실제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기존 소속과 연구를 유지하면서도 국가 R&D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활용해야 하는 도전형 R&D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조건 전일제 근무를 요구하기보다 성과와 책임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무시간에 비례한 보수원칙과 함께 단계별 성과와 책임에 연동한 보상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역시 실질적인 성과다. 구체적으로 신약개발 기간을 얼마나 단축하고, 핵융합과 양자·피지컬 AI에서 어떤 기술적 벽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미션별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단계별 엄정한 평가가 뒤따르게 해야 한다. 목표에 미달한 과제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거나 중단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과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실패는 허용하되 그 원인을 철저히 따져 이를 다음 연구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까지가 문샷형 R&D의 역할이다.

부처별 기관별 칸막이와 나눠먹기식 과제 배분, 논문과 특허 건수 위주의 평가방식은 국가 R&D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K-문샷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R&D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가 목표를 정하되 전문가인 PD에게 충분한 재량을 주고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한 팀으로 움직여 성과를 내야 한다. 정부가 강조한 '임무 중심 R&D'가 새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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