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극항로 개척 본격화, 결빙기 운항 등 문제 해결을
특별법 시행령 예고로 정책 뒷받침
화물유치와 기후 변수 등 과제 산적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돼 온 북극항로 개척사업이 본격화된다. 해양수산부는 10일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다음 달 2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17일 특별법이 시행되면 북극항로 활용과 연관 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범정부 추진체계가 실제 가동된다. 그동안 구호에 그쳤던 북극항로 개척이 비로소 실체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평가할 만하다.
수출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북극항로는 미래의 물류 확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부산~로테르담 구간보다 거리가 약 35% 단축된다고 한다. 수출입 물량이 많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항로가 단축되면 운송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납기를 당기고 원가 부담을 줄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을 계기로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면서 홍해와 호르무즈해협을 낀 기존 항로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한가지 물류루트에 의존할 게 아니라 북극항로를 개척해 대안물류의 축으로 삼을 수 있다. 이미 다른 나라들도 북극항로의 상업적 매력을 알고 선점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문제는 북극항로 개척이 마음처럼 쉽진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2030년 정기 서비스 항로 개통에 이어 2035년에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상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항로를 이용할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노력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에 정부는 화주·선사·물류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화물 유치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컨테이너와 벌크 등 화물 특성에 따라 새로운 항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해 상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화주들이 선뜻 신항로로 옮겨오도록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기후환경 여건도 녹록지 않다. 결빙기와 해빙기가 뒤섞이는 북극 해역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극한의 계절적 환경은 쇄빙 지원, 항만 인프라, 안전운항 체계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제들도 풀어야 한다.
외교상의 리스크도 있다. 북극항로를 통과하려면 러시아 측의 항로안내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대러 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항로 개척뿐만 아니라 이미 확보한 항로마저 운영상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우리나라가 분명히 가야 할 길이다. 조급하게 일정을 맞추는 것보다 안전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기민함이 요구된다. 화물 확보, 물류 네트워크 구축뿐만 아니라 국제제재 리스크에 대한 상시점검 체계도 세심히 살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