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미래불신, 청년 '금융 허무주의' 불렀다
젊은 세대 단기·고위험 투자행태
장기·분산투자로 미래준비 안해
투자실패땐 주거·결혼준비 위태
청년의 투기열풍을 탓하기 전에
왜 금융허무주의 빠졌나 살피고
미래 믿을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젊은 세대의 투자행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위험을 너무 쉽게 여긴다"거나 "금융지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암호자산, 고레버리지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면 탐욕과 무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일본 다이와증권연구소가 제기한 '금융 허무주의(니힐리즘)'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청년층이 단기·고위험 투자로 향하는 이유는 쉽게 돈을 벌고 싶어서만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성실한 자산형성의 경로 자체를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금융 허무주의란 장기·분산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믿음이 약해지고, 그 대신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기에 기대를 거는 현상이다. 핵심은 투자 대상보다 투자자의 심리다. "꾸준히 일하고 저축하면 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실히 답을 못할 때, 한 번의 큰 성공을 노리는 선택은 단순한 충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래에 대한 비관 속에서는 오히려 개인에게 나름의 합리성을 가진 도박처럼 보일 수 있다.
디지털 금융환경은 이런 심리를 빠르게 증폭시킨다. 투자 앱은 거래를 몇 번의 터치로 끝낼 수 있게 만들었고, SNS는 성공한 투자자의 이야기만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손실의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었다는 사례와 수익 인증은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투자가 장기적인 판단과 인내의 과정이 아니라, 점수와 보상을 얻는 게임으로 바뀌기 쉽다. 금융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접근성 확대가 곧 건전한 투자문화의 확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을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황의 큰 흐름과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보다 하루의 등락에서 빠르게 수익을 내겠다는 거래가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올 때 주식은 장기 투자 대상이 아니라 단기 승부의 도구가 된다.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2배 ETF가 출시된 뒤 개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고, 이후 두 종목의 변동성도 커졌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배수를 맞추기 위해 매일 리밸런싱을 한다. 따라서 급락 국면에서는 기계적 매도가 하락 흐름을, 급등 국면에서는 매수가 상승 흐름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큰 변동을 단일종목 ETF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인공지능(AI) 투자 논쟁, 외국인 수급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규모와 회전율이 급증하면, 그것이 가격 변동을 한층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상품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이 '이번에 놓치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불안을 자극하며 특정 종목에 과도한 자금을 몰아넣는 방식이다. 개인 차원에서 가장 큰 위험은 자산배분의 붕괴다. 장기·분산투자를 외면하고 고위험 상품에 자금을 집중하면 한 번의 손실이 자산형성의 출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레버리지가 결합하면 손실은 빚으로 이어진다. 젊을 때의 실패는 단순히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거, 결혼, 교육, 은퇴 준비까지 이후 삶 전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시장에도 비용이 있다. SNS를 중심으로 형성된 추종매매는 기업의 실적과 가치, 경제의 기초여건에 기초한 가격발견 기능을 약화시킨다. 특정 자산으로 쏠림이 커질수록 가격 변동성은 확대되고 상승 국면에서는 버블이, 하락 국면에서는 공포성 매도가 나타날 수 있다. 투자실패가 반복되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도 함께 훼손될 수 있다. 금융 허무주의는 금융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분배, 주거와 고용, 사회이동성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해법도 단순히 "투자하지 말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교육은 종목 추천이나 수익률 비교를 넘어 생애주기별 자산배분, 손실 감내능력, 복리와 분산투자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금융상품 역시 과도한 거래와 레버리지를 부추기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이 장기적으로 일하고 저축하고 투자해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경제적 토대가 필요하다.
청년의 투기 열풍을 탓하기 전에 물어야 한다. 왜 그들이 긴 시간을 견디는 투자보다 한 번의 승부를 더 현실적인 선택으로 느끼게 되었는가. 금융 허무주의에 대한 답은 교실 안에만 있지 않다. 청년이 미래를 믿을 수 있는 경제와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물론 청년 스스로도 금융 허무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