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서울 집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
정부가 다시 서울의 주택공급 확대에 나섰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고 주택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늘리자는 논리는 자연스럽다. 이미 개발된 도심의 유휴부지나 저이용 공공부지를 활용하고 재건축·재개발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토지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녹지와 공원까지 주택용지로 바꾸기 시작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2024년 서울의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은 4.7㎡로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작고, 두 번째로 작은 대구의 9.8㎡와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기후변화와 도시열섬에 대응하려면 오히려 녹지를 늘려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기존 녹지를 택지화하는 데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의 주거상황은 이런 공간까지 내줘야 할 만큼 악화됐을까. 지난 10여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가구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으니 서울에서 집을 사는 부담이 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서울 30대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2015년 33.3%에서 2024년 25.8%로 크게 낮아졌다. 내 집 마련 시기가 늦어졌음을 시사하는 변화다.
하지만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있다. 같은 통계에서 서울 40대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2015년 51.9%에서 2024년 53.2%로 소폭 높아졌다. 그렇다면 주택구입 부담이 커진 만큼 가계의 재무상태도 악화됐을까. 주거실태조사 자료로 2014년과 2024년을 비교해보면 서울 40대 가구의 실질 순자산 중위값은 주택 보유가구와 무주택가구 모두 증가했다. 서울의 주거공간이 전반적으로 좁아진 것도 아니다. 1인당 주거면적은 2015년 24.8㎡에서 2023년 27.9㎡로 늘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국토 전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집을 공급한다'는 원칙은 서울이라는 한 지역만 놓고 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배경에는 좋은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있다. 그 수요에 맞춰 서울의 주택공급 능력을 계속 늘리면 더 많은 사람이 서울에 살 수 있고, 커진 시장은 다시 기업과 서비스를 끌어들인다. 수요를 따라가는 공급이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수요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서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국토전략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지방에는 이미 도로와 학교, 병원, 주택을 갖춘 도시들이 있다. 서울의 녹지까지 줄여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것보다 지방의 도시에도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교육·의료·문화 기반을 확충해 수도권 못지않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편이 효율적인 국토이용과 균형발전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실행도 어려운 만큼 더더욱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집을 짓는 것은 좋은 주택정책의 원칙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고 싶어 하게 만들 것인가까지 생각하면 국토정책의 답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서울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모아 살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주택공급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답을 정한 뒤 선택해야 할 수단이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