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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청년주택 잔혹사가 남긴 교훈

파이낸셜뉴스
조창원 논설위원
조창원 논설위원

역대 청년주택 정책은 잔혹사에 가깝다. 정치권이 청년 표심에 쏠려 수요자 니즈를 잘 읽지 못했다. 정책 취지는 좋은데 디테일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청년주택을 포함한 서민주택을 표방한 대표적인 정책은 2013년 등장한 행복주택이다. 당시 정부는 오류·가좌·공릉 등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발표했다. 도심의 비싼 땅 대신 자투리 부지를 쓴다는 발상은 새로웠다. 그러나 소형 임대주택만 한곳에 모아 철도 유휴부지에 지을 경우 고립화와 슬럼화를 낳을 거란 지적을 받았다. 철도부지를 활용한 파리 리브고슈 모델이 반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곳은 철도 위에 주택만 얹은 것이 아니라 상업·주거·교육시설과 도로, 녹지를 함께 설계해 기존 도시와 연결했다. 값싼 땅에 집 짓는 것만큼이나 사람이 살 만한 도시 공간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행복주택은 지역사회와의 공존이라는 문턱도 넘어야 했다. 서울 목동 유수지에 계획됐던 행복주택은 2년 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 끝에 2015년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저가 임대주택이 우리 동네에 들어올 경우 주거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저항이 강했다. 기존 지역사회와 안전·교통·교육 문제 면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례로 기억된다.

2016년 시작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은 '일반 시세보다 저렴한 집' 공급을 내걸었다. 출퇴근이나 주변 편의시설이 좋은 역세권을 겨냥해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막상 공급이 시작되자 민간임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85~95%에 이르면서 '이름만 청년주택'이라는 비판을 샀다. 이후 시에서 물량 일부를 사들여 임대료를 낮추는 방식을 도입했다. 청년이 감당할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입지도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명목 임대료 외에 추가 관리비가 붙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논란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호텔을 개조해 청년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나왔다. 당시 공실인 호텔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문제는 이 공간에 거주하려면 식사와 청소, 가구 대여 등 추가 관리비용이 든다는 사실 때문에 원성을 샀다. 청년주택의 가격은 명목 임대료가 아니라 관리비와 부대비용을 합친 '총주거비'로 따져야 한다는 교훈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은 이후 청년안심주택으로 전면 개편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전용면적은 더 넓히고 천장고는 높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청년주택은 1인 주택으로 간주된다. 젊은이가 혼자 사는 집은 작아도 된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최소한의 주거 품질만으론 청년 수요층을 잡을 수 없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청년주택 논란은 이전 사례들에 비하면 심각하다. 서울시내의 청년안심주택 일부 단지들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벌어졌다. 공급 위치들이 서울 지하철 역세권과 가까운 데다 주거 편의공간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보증금 논란이 터진 것이다.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사업자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쾌적하고 값싼 집도 좋지만 안전한 계약이 선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처럼 대략 13년간 청년주택 논쟁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다른 나라에서 눈여겨본 성공 모델을 반짝 아이디어로 차용해 우리 땅에 적용하던 시절도 지났다. 앞으로 청년정책을 수립할 때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되짚어보는 게 현명하다.

첫째, 공간의 효율성과 삶의 질 사이의 충돌이다. 주거환경을 도외시한 채 많은 주택 물량을 공급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둘째, 사업성과 청년의 부담 사이의 불일치다. 좋은 집을 지어도 청년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셋째, 개발 속도와 사회적 합의의 시간 차이다. 공급 속도보다 청년의 니즈를 읽고 공동체의 공감을 얻어야 사업도 순항한다는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과거 정책이 알려주는 최소 조건은 청년이 안심하고 정주할 기본권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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