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中 반도체와 협력하는 애플, 초격차 기술로 대항해야

파이낸셜뉴스

한국 견제하려고 '이중소싱' 전략
중국 추격 따돌릴 방어선 구축 시급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기기에 CXMT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이 회사와 초기 단계의 공급 협상을 진행했다. CXMT 메모리 반도체.(출처: 바이두) /사진=뉴시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기기에 CXMT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이 회사와 초기 단계의 공급 협상을 진행했다. CXMT 메모리 반도체.(출처: 바이두) /사진=뉴시스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원가를 절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칫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발판을 마련해줘 한국 첨단 주력산업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애플의 이런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날개를 달아준 전례가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 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애플과의 합의 없이 사양을 무단으로 변경했다가 적발되는 등의 악재에도 애플 공급망 편입과 자국 보조금을 발판으로 급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BOE의 작년 애플 맥북 패널 점유율이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를 넘어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개발 당시에는 글로벌 배터리 1·2위 업체인 CATL·BYD와도 공급협상을 벌였다. 미국 내 전용공장 설립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원가절감을 위한 물밑 협의는 계속돼 왔다. 이처럼 애플은 지난 20년 가까이 고급 사양은 한국·대만에, 범용 제품은 중국에 맡기는 '이중 소싱' 전략을 구사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추격에 힘을 실어준 것도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CXMT 역시 애플 납품을 통해 품질검증 이력을 쌓아 글로벌 신뢰를 확보할 경우 향후 마이크론을 제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3강' 진입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미국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가격과 공급능력 등도 걸림돌이어서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물론 프리미엄 아이폰에 들어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사양 디스플레이에서는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역시 고성능 칩 분야에서는 K-기술력이 초격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범용 시장부터 잠식당하면 한국 산업의 입지가 서서히 위축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애플의 품질검증을 통과한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한중 기술격차도 좁혀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이 시급하다.

한국 기업들이 애플의 부품 다변화 공세와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차세대 OLED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도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세제·투자 지원과 기술안보 울타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애플의 이중 소싱 전략이 중국 반도체 굴기의 또 다른 엔진이 되지 않도록 마지막 방어선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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