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혁신 中企, 성장자금 지원 길터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의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6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2.87%를 기록하며 상승 전환했다. 이는 이미 장기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위기의 시기일수록 유연한 금융 지원이 절실하지만 금융권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보수적인 대출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담보와 보증에 의존하는 대출 관행은 위기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심지어 중소기업에 '생산적 금융' 명목으로 내준 대출조차 약 80%가 담보 혹은 보증 대출이다. 미래 성장성보다 재무제표와 담보력에 치중한 정적인 리스크 관리는 유망 기업이 적기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한계기업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금융의 병목 현상'을 초래한다.
이제는 리스크 관리 기준을 기업의 동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전환해야 한다. 금융권이 단기적인 리스크 회피와 이익 창출에만 머문다면 실물경제의 부실은 결국 은행의 건전성 악화라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금융권은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실물경제와 위험을 분담하는 '동반성장 파트너'로 변화해야 한다. 이는 잠재적 부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사후 비용을 줄이는 경제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이제 금융은 기업의 혁신 속도와 위기 극복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또한 높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금융권의 상생 수준을 평가하고 실질적 이행을 담보하고자 올해 하반기 '상생금융지수'가 도입됐다. 이는 금융권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점검하고 금융과 실물경제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이 지수는 정량적 대출 실적뿐 아니라 이용자 체감도까지 반영하는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기업과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약차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채무조정 실적을 중점 평가한다. 또한 금융 인프라와 컨설팅 역량을 활용한 비금융 지원 활동을 포함해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유도한다.
상생금융지수가 안착되면 담보가 부족한 혁신 기업은 적기에 성장 자금을 지원받아 도약하고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은 맞춤형 채무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은행의 연체율 감소와 건전성 강화로 이어져 다시 상생금융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상생금융의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증가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잠재적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유망 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견고한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
상생금융지수의 지향점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상생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은행에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중소기업에는 유연한 금융 공급을 통한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함으로써 금융과 실물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신(新)동반성장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