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노란봉투법 혼란, 조속한 보완입법이 답이다

파이낸셜뉴스

위임규정 없어 행정입법은 논란
국회입법이 근본적인 해법 될 듯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곳곳에서 노동쟁의의 대상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고용노동부에 노동쟁의 기준을 명확히 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특히 행정지침이 아니라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쟁의 대상을 정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률의 명시적 위임 규정이 없어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쟁의 대상과 관련해) 명백한 것들을 명시해 달라는 요구가 있던데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며 기준을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노란봉투법의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정한 규정을 근거로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을 내년 노사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를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며 같은 취지의 지시를 했다.

현행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했다. 개정 당시부터 기준이 모호해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해석 지침'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작업해 왔다. 모법인 노란봉투법에 별도의 위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지침 보강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통한 보완을 지시했다. 김 장관이 "모법에 위임 규정이 없다"며 시행령 등 마련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자 이 대통령은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법률에 명시적 위임이 없는 상황에서 하위 법령으로 새 기준을 설정하거나 쟁의 범위를 제한하면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법이 보장한 노동쟁의의 범위를 하위 법령으로 좁힌다면 법률상 권리를 시행령이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에서도 법률에 구체적인 위임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하위 법령으로 기준을 정하면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노조법 어디에도 이를 시행령으로 정하라는 위임 규정은 없다"며 "재계 편들기이자 월권 행위"라고 반발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가 미래 먹거리인 대규모 첨단 설비 투자에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필수적이다. 모호한 쟁의 범위로 파업 리스크가 커지면 산업현장의 혼란은 물론 기업의 투자 의욕과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행정지침이나 시행령이 달라진다면 노사관계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질 수 있다.

노동부는 일단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어떤 방법이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을 피하면서 쟁의 대상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근본 해법은 보완 입법이다. 최소한 하위 법령에 기준을 위임할 법적 근거라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산업현장의 혼란을 서둘러 수습하고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란봉투법의 수정·보완 입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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