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 반도체에는 전격전, 용인은 왜 안 되나
2029년 1기 팹 조기 완공 목표
용인 12년 단축 난관도 풀어야
대통령이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전격전'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산업통상부 장관은 2029년 첫 팹 1차 완공이라는 목표를 내놨다. 논란이 적지 않았던 광주 군공항 부지 활용에도 사실상 속도전 깃발이 꽂혔다.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생산 능력을 하루라도 빨리 확충해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속도가 중요해도 정치가 산업의 시간표부터 정하고 현실을 거기에 맞춰서는 안 된다.
반도체 팹은 부지만 확보한다고 지을 수 있는 공장이 아니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산단 지정과 각종 인허가, 환경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정부는 광주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의 큰 공급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를 팹 완공 시기에 맞춰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정 시간표와 인허가 병목을 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처음 계획을 내놓은 뒤 실제 첫 팹 착공까지 6년이 걸렸다.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전력과 용수 확보 등이 발목을 잡았다. 1기 팹은 지난해 2월 착공했지만 아직 건설 중이며 내년 준공이 목표다. 2기 팹은 최근 35조원대 투자계획이 확정됐고 착공 목표가 내년 7월이다. 3·4기 팹은 아직 개별 착공 일정조차 구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4개 팹 전체의 완공 시점을 당초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장에선 속도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기겠다는 계획에 대해 "말이 좋아 12년이지, 절대 쉬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 달 전 차기 반도체 생산기지를 묻는 질문엔 전력과 용수, 인력 등 기반 여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며 "지금은 용인 클러스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산단을 발표하는 것 못지않게 필요한 인프라를 제때 갖춰 실제 가동 가능한 공장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이다.
그런데 정부는 용인에서 수년이 걸렸던 과정을 광주에선 불과 몇 년 안에 압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 군공항이 대규모 국유지여서 토지 보상과 부지 확보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맨땅에서 팹을 불과 몇 년 안에 완성하겠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속도전이다. 이런 일이 광주에서 가능하다면 이미 수백조원의 투자가 진행 중인 용인에서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광주에서 가능하다는 전격전의 원칙을 용인에도 적용해야 한다. 2기 팹 착공을 더 앞당길 수는 없는지, 송전망과 용수시설의 공기를 더 줄일 방법은 없는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미 기업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약속한 용인을 계획보다 빨리 완성하는 것은 광주에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는 것 못지않게 절실하다. 용인은 광주와 경쟁하는 산단이 아니다. 용인 클러스터 결과가 광주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게 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