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식품산업 매출 1.8조… 수익성 전국 웃돌고 생산성은 뒤처져
제주연구원, 제조·가공산업 구조 분석
2024년 매출 1조7931억·사업체 1142곳
기업당 매출 전국의 65.5% 수준
영업이익률 6.9%… 전국은 4.2%
특화업종 선별·집중 지원 등 4대 제언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식품 제조·가공업이 7년 사이 매출을 46% 넘게 키우며 1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형 확대에 맞춰 지원기업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이 확인된 업종과 기업을 데이터로 골라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3일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제주 식품 제조·가공산업 구조 분석 및 정책 활용 기반 연구'를 통해 제주 식품산업의 성장성과 생산성, 수익성, 업종별 특화도와 정책지원 현황을 분석했다.
2024년 제주 식품 제조·가공업은 사업체 1142곳, 종사자 5072명, 매출액 1조793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2017년과 비교해 사업체 수는 27.9%, 종사자는 29.9%, 매출은 46.3% 증가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전국과 비교하면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 식품 제조·가공업 매출은 65.8% 증가해 제주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다. 이에 따라 전국 식품 제조·가공업 매출에서 제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20%에서 2024년 1.06%로 낮아졌다.
제주 식품산업의 매출이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주 매출도 7년 동안 크게 증가했지만 전국 시장이 더 빠르게 팽창하면서 상대적인 비중이 낮아진 결과다.
생산성 격차도 확인됐다. 2024년 제주 식품 제조·가공기업 한 곳당 평균 매출은 15억7000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65.5% 수준이었다. 종사자 1인당 매출은 3억5000만원으로 전국의 71.5%에 그쳤다.
특히 종사자 1인당 매출의 전국 대비 수준은 2017년 78%에서 2024년 71.5%로 낮아졌다. 사업체와 고용, 매출이 함께 증가했지만 기업 규모와 노동생산성에서는 전국과 격차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반면 기업의 평균적인 수익성은 제주가 앞섰다. 제주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6.9%로 전국 4.2%보다 2.7%p 높았다. 순이익률도 제주 4.1%, 전국 2.7%로 제주가 1.4%p 웃돌았다.
다만 평균 수익성이 높다고 모든 업체의 경영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 기업정보를 분석한 결과 영업적자 기업이 약 28%에 달했다. 평균 이익률은 전국보다 높지만 기업별 경영성과 차이가 큰 구조라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업종 편중도 뚜렷했다. 도축·육류가공업이 전체 매출의 31.0%를 차지했고 비알코올음료 제조업 23.3%, 기타 식품 제조업 14.6% 순이었다. 상위 3개 업종을 합치면 전체 매출의 약 69%에 달한다.
비알코올음료 제조업의 특화 정도는 비중이 높았다. 제주 식품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3.3%로 전국 식품산업의 해당 업종 비중 4.0%보다 약 6배 높았다. 연구진은 이런 업종별 특화 정도와 성장성을 정책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업 현장에서는 통계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애로도 드러났다. 연구진이 제주 식품 제조·가공업 기업가 10명을 심층인터뷰한 결과 원료 수급 불안과 높은 물류비, 인력난, 지원사업 정보 접근과 신청 절차 부담 등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기업들은 매출이 늘어도 원재료와 인건비 등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고, 제주라는 섬의 특성상 도외 판매와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가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관광객 소비 채널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안정적인 판로 확대의 과제로 꼽혔다.
정책지원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제주 식품 제조·가공업 관련 지원액은 2019년 415억원에서 2025년 568억원으로 연평균 5.4% 증가했다. 지난해 지원 대상은 638개사로 기업당 평균 지원액은 약 8900만원이었다.
연구에서는 지원 총액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 기업도 함께 늘면서 기업당 지원 규모가 감소했고, 기관별 사업 사이의 중복과 지원 사각지대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지원 기업 수 자체보다 어떤 기업에 어떤 사업을 지원했고 실제 매출·고용·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식품산업 관련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정책 활용체계를 제안했다. 현재 제주 식품산업 관련 자료는 기업통계등록부(SBR), 중소기업 지원이력(SIMS),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 국가통계포털(KOSIS), 무역통계 등 8개 기관에 흩어져 있다.
속보성이 높은 인허가·무역자료로 최근 변화를 파악하고, 기업통계등록부와 수익성 자료 등 시차가 있는 데이터로 산업구조와 기업 성과를 장기 추적하는 방식이다. 지원 전 기업 상태와 지원 이후 매출·고용 등의 변화를 비교하면 사업 대상 선정과 예산 배분, 성과 평가까지 데이터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특화·성장 업종 중심의 선택과 집중 지원 △푸드테크·자동화 고도화와 생산입지 확충 △농업과 식품기업 연계 및 제주산 원료 수매 기반 강화 △판로 다각화와 수출 지원 체계화 등 4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제주연구원은 제주 식품산업이 '외형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수나 지원 건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가능성과 지역 특화도가 높은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면서 생산성·판로·원료·물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향후 제주 식품기업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전용 패널과 원료 생산부터 가공·유통·수출까지 연결하는 가치사슬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