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특사경은 견제 아닌 '원팀'"...이승훈 환경전문 검사[서초동 溫터뷰]
특사경 협력 통해 보완수사로 처벌까지
"검사는 특사경과 한팀...견제하는 관계 아냐"
보완수사권 폐지도 우려
[파이낸셜뉴스] 환경범죄에는 피해자가 없을 때가 많다. 오염은 소리 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였다가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정작 피해가 확인될 무렵이면, 그것이 누군가의 범죄 탓인지 아니면 날씨와 생활습관 같은 다른 요인 탓인지조차 가려내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이 보이지 않는 범죄를 쫓는 데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눈이 필요하다. 현장을 아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눈과 법을 아는 검사의 눈이다. 그 두 눈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4년 넘게 환경 사건을 들여다 본 이가 있다. 이승훈 제주지방검찰청 형사3부 검사(사법연수원 43기·사진)다.
지난달 31일 제주지검에서 만난 이 검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자 환경부 특사경이 먼저 손을 댔던 한 사건을 꺼냈다. 환경오염 가능성이 높아 특별 관리가 필요한 '지정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가 있었다. 지정폐기물은 처리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부적정 처리의 유혹이 큰 영역이다. 환경부 소속 특사경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일반적인 수사처럼 흘러가던 사건은 거래명세서에 적힌 처리 내역과 폐기물처리시스템에 입력된 내역이 어긋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사경은 업체가 처리량을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그 부분을 파헤칠 수사 권한이 없었다. 관련 내용은 검찰로 넘어왔다.
그는 "송치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하니, 서류 뒤에 숨어 있던 범죄가 드러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직원들이 처리 내역을 부풀려 적고 거래 상대 회사로부터 그 차액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6억원 상당을 빼돌린 횡령이었다. 돈은 차명계좌를 거쳐 세탁됐고, 윗선까지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관련자들은 기존 환경범죄와 함께 모두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그는 "특사경이 현장에서 실마리를 잡고,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로 진상을 밝힌 사례"라며 "두 기관의 유기적 협력이 없었다면 6억원은 끝내 서류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사경 수사지휘권 폐지에 분명한 우려를 표했다. 그가 드는 근거는 특사경의 업무 구조 그 자체다. 일반 사법경찰은 수사가 곧 전담 업무이지만, 특사경은 다르다. 이 검사는 "환경 분야 실무 지식은 풍부하지만 수사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다른 행정 업무를 병행하거나 순환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다 보니, 연속적으로 수사 역량을 쌓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행정처분을 위한 범칙사건 조사와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는 비슷해 보여도 증거능력과 입증의 정도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적법절차 준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강제수사 여부를 판단하고 그 과정의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영역은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검사의 개입이 없거나, 수사가 다 끝난 뒤에야 검토할 수 있다면 적시에 조언할 수 없다"며 "그사이 증거가 인멸되거나 휘발될 수 있고, 절차상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도 사라진다. 결국 눈앞의 범죄자를 놓아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휘 체계가 무너지면 수사 효율이 떨어지고 불완전한 처리로 이어져, 국가의 범죄 대응력 자체가 약해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끝으로 그는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자원"이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환경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몫이다. 환경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게 하는 것, 그게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