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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업 보너스' 된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턱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수급자 30%가 2회 이상 수령
불합리한 급여구조 손질 필요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설명회 수강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설명회 수강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72만2000명 가운데 49만6000명이 반복수급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50만명에 육박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전체 수급자는 5만3000명 줄었지만 반복수급자는 오히려 5만1000명 늘었다. 구직급여 지급액도 12조3655억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수급자는 줄었는데 지급액과 반복수급자가 증가한 결과는 재정 안정성과 고용의 질 측면에서 따져볼 대목이 많다. 실업급여는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생활을 최소한으로 지원하면서 재취업을 돕는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타는 '실업 보너스'처럼 제도가 운용된다면 재취업을 돕는 사회안전망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현행 구직급여는 원칙적으로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일한 뒤 비자발적으로 실직하고,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하는 근로자가 대상이다. 지급액은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가 기본이며 가입기간과 연령 등에 따라 최대 270일간 받을 수 있다. 한 차례 급여를 받은 뒤에도 다시 이직 사유 등 요건을 갖추면 재수급할 수 있다. 현행 규정에는 반복수급 횟수에 따라 재수급 자격을 높이거나 급여를 감액하는 장치가 없다.

물론 50만명에 이르는 반복수급자 모두를 제도 악용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건설·계절근로자나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 종료와 재취업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정 기간 일해 수급요건을 채운 뒤 실업급여를 받고 다시 단기 일자리에 들어가는 패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다. 근로자를 짧게 고용했다 내보내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런 고용 관행을 바꿀 유인이 약하다면 실업급여가 안전망 역할을 하기는커녕 고용불안 자체를 더 고착시킬 수 있다.

부정수급도 보다 엄격히 걸러내야 한다. 취업 사실을 숨기거나 이직 사유를 허위로 신고하는 것은 반복수급과는 전혀 다른 명백한 불법이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작정하고 이직 사유를 조작하거나 근무 사실을 숨기는 행위는 데이터 연계를 통해 상시 적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합법적인 반복수급까지 부정수급으로 몰아선 안 되지만 허위 신고에는 환수와 제재를 훨씬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급여체계도 함께 손봐야 한다. 올해 하루 구직급여 상한액은 6만8100원, 8시간 근로자 기준 하한액은 6만6048원으로 불과 2052원 차이다.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돼 계속 오르면서 상·하한 차이가 거의 사라지는 구조가 됐다. 고용보험 재정 여력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은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 닥쳤을 때 버텨줘야 할 최후의 방파제다. 평상시에 반복수급과 부정수급, 불합리한 급여체계를 방치해 재정을 소진한다면 정작 위기 때 필요한 사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 정부가 하반기 내놓을 고용보험 개선안에 이를 바로잡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대로 담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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