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공급대책 성패, 실제 착공 속도에 달렸다
공급·금융·세제가 맞물려야 효과
이사철 시급한 전월세 대책 필요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집값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의 잔금대출 '오픈런'까지 벌어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커졌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발표부터 착공까지의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공급대책과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확대하는 금융대책을 함께 내놓았다.
우선 대출 완화로 '대출 절벽'에 시달려온 실수요자의 숨통을 터준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장 안정의 핵심인 공급 확대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성패는 발표 물량이 아니라 실제 착공 속도에 달려 있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 풀기 어려운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전월세난 대책이 빠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보유'에서 '거주'로 무게중심을 옮긴 세제개편으로 임대 물량이 줄면서 전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신규 택지로 서울 강서지구 등 2만7200가구를 우선 발표했다. 나머지 7만3000가구 규모의 후보 공공주택지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신규 택지는 인허가와 보상, 부지 조성을 최대한 병행해 착공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기존에 발표한 태릉골프장과 과천경마장 등 총 6만가구의 착공 시점을 구체화하고 3기 신도시·서리풀 등 기존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기로 한 것도 진일보한 대목이다.
그동안 서울시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미온적이었던 정비사업 지원에 나선 것도 긍정적이다. 취득세 감면과 이주비 대출 완화 등 세제·금융 특례를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실수요자 '핀셋 지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총망라한 셈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신속한 착공은 순조로운 토지 보상과 지방자치단체 협조에 달려 있다. 그동안 보상 과정의 마찰과 지자체와의 불협화음을 겪었던 만큼 우려가 남는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을 위한 법 개정이 늦어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각종 변수가 겹치면 자칫 '종이 위 공급'에 그칠 수 있다.
가계대출 총량을 2배로 늘린 것은 최근 잔금대출 '오픈런'까지 나타난 상황을 겨냥한 적시 조치다. 다만 늘어난 대출 여력에 잔금대출뿐 아니라 청년·맞벌이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성 대출까지 포함돼 '대출 절벽'이 충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공급과 금융 완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세제 정비다. 최근 송영길 전 대표를 포함해 여권에서 세제개편안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여론의 반발과 시장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당정은 시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해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줄이고 거래에 물꼬를 터주는 개선안을 마련해 이번 대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공급·금융·세제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이번 대책도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신규 택지를 서둘러 발표하고 '실제 착공'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착공이 늦어지는 만큼 공급 효과도 반감된다. 여야와 지자체는 주거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관련 법안 통과와 인허가 절차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오픈런'까지 빚어진 시장의 불신을 되돌리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