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100만원 준다" 유혹에 캄보디아 '노쇼 사기단' 된 30대女 [사건실화]
총책·팀장·상담원 역할 나누고 대본까지 배포
여권 맡기고 휴대전화·외출까지 통제
法 "사회적 해악이 큰 범행...엄중 처벌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물건을 대신 주문해 공급해주시면 대금은 나중에 지급하겠습니다."
군부대나 병원에서 걸려온 것처럼 꾸민 전화였다. 먼저 특정 업체에서 물건을 대신 주문해 공급해달라고 한 뒤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였다. 이후에는 해당 업체를 사칭해 실제 물건을 공급할 것처럼 접근해 돈을 계좌로 보내도록 유도했다. 이른바 '노쇼 사기'였다.
전화기 너머 사기의 거점은 국내가 아니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한 조직은 컴퓨터와 아이패드, 이어폰, 방음 부스는 물론 범행에 필요한 휴대전화 번호와 대포계좌까지 갖췄다. 30대 여성 A씨도 이곳에서 가명 '유자'로 활동했다.
실제 피해자를 속이는 상담원은 1·2차로 다시 나뉘었다. 1차 상담원은 군부대나 병원 등을 사칭해 특정 업체에서 물품을 대신 구매해 공급하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였다. 이후 2차 상담원이 해당 업체인 것처럼 행세해 실제 물건을 판매하겠다고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보수도 역할에 따라 달랐다. 1차 상담원들은 기본급 2000달러에 범죄 피해액에 따라 정산된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다. A씨를 비롯한 2차 상담원들은 매달 7000~8000달러 정도의 급여를 받기로 한 구조였다.
A씨는 매달 8000달러의 급여를 받기로 하고 '유자'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조직이 지정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제공받은 대본을 이용해 '나주닭유통' '후아바유통' 등을 사칭했다. 실제 물건을 공급할 것처럼 범행 대상자들을 속여 대금을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를 토대로 A씨가 범죄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인정했다.
업무시간 중 대화와 게임, 미디어 시청도 금지됐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조차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외출하거나 출입할 때는 얼굴 이하가 나오도록 사진을 촬영해 제출해야 했다.
A씨 측은 범죄단체에서 활동한 기간이 2025년 5월 중순까지가 아니라 5월 초순까지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조직에서 활동한 공범들은 A씨가 5월 초순 이후에도 활동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 자신도 수사기관에서는 일관되게 5월 중순까지 활동했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5월 초순까지였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재판부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A씨의 법정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고충정 부장판사)는 범죄단체가입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3000만원 추징과 추징금 상당액의 가납도 명령했다. 판결은 지난 6월 12일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사회적 해악이 큰 범행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만큼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이종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포함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한 점과 가족·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