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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韓반도체, 中우회수출 경로" 경고…억울한 피해 막을 민관 '원팀' 대응을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세계 40여개국을 중국의 고율 관세 회피용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세계 40여개국을 중국의 고율 관세 회피용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세계 40여개국을 중국의 고율 관세 회피용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한국의 경기도 반도체 벨트도 중국의 잠재적 불법 환적 통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서둘러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13일(현지시간) '거대한 환적 사기'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평균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 수출업체들이 제3국을 거쳐 우회 수출하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런 불법 환적 규모가 연간 최대 431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한국도 이 불법 환적 유통망의 한 축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과 함께 중국 연관 물량이 많고 산업 기반이 다각화돼 있으며 대미 수출 플랫폼이 발달한 국가로 분류됐다. 특히 경기도 반도체 벨트는 중국산 집적회로의 잠재적 유통 경로로 꼽혔고, 이로 인해 피닉스·오스틴·포틀랜드·산호세 등 미국 반도체 생산지가 압박받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번 발표는 중국을 겨냥한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기업의 정당한 대미 수출까지 중국산 제품의 세탁 통로로 오인받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백악관이 불법 환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미국 제조업 도시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만큼, 자칫 한국이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국가'로 오해받아 대미 수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은 이번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와는 별개라면서도 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혀 추가 관세 압박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중국의 덤핑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의 철강 덤핑까지 지적하고 "우리의 유일한 방어 수단은 관세"라고 말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환적 단속이 강화되면 한국 수출 기업도 부품 출처를 일일이 소명해야 하는 등 통관 지연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수입 감소를 명분으로 단속이 갈수록 촘촘해질 공산이 큰 만큼 선제적 대비가 시급하다.

기업들은 대미 수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부품의 중국산 비중을 점검하는 한편 단순 조립이 아니라 한국에서 실질적으로 생산·가공된 제품임을 입증할 자료를 갖춰야 한다.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수출품의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통상 외교 채널을 통해 경기도 반도체 벨트가 중국산 우회 통로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적극 설명하고,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안일하게 대응하다간 반도체와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억울한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민관이 '원팀'으로 대응해 거센 통상 파고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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