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2000만원, SK하닉만 정신 차리면 금새 갚아" 물타기 하다 '돌려막기 빚투' [인생한방에 빠진 청년들④]
④ 개미들의 꿈 '원금회복'의 굴레
신용융자·마이너스통장·카드론으로 빚투 확대
변동성 커지면서 반대매매 강제 청산 당하기도
[파이낸셜뉴스] #. 20대 직장인 A씨가 처음 주식에 넣은 돈은 300만원이었다. 올들어 대형주 중심으로 수익이 두자릿수로 불어나자 생활비 빼고 모든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폭락기가 오기 전까지는 매일 불어나는 수익률이 삶의 낙이었다. 지난 7월, 계좌에 처음 '파란불'이 뜨자 당황했다. 마이너스 통장 2000만원을 개설해 급하게 물타기에 들어갔다. 그게 '빚투'의 시작이었다. 평균 단가는 낮아졌지만 손실 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젠 원금 회복이 원대한 꿈이 됐다.
처음 추가 매수는 월급으로 했다. 다음 달에는 카드값과 월세를 내고 나니 남는 돈이 부족했다. A씨는 마이너스통장을 열었다. 그는 "잠깐 빌렸다가 주가가 오르면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는 더 내려갔다. 계좌 손실은 줄지 않았고, 이자는 매달 빠져나갔다. 처음엔 여윳돈 투자였지만 어느 순간 생활비와 투자금의 구분이 흐려졌다. 손실 복구가 투자 목적이 됐다.
청년 투자자에게 손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월급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에게 100만원 손실은 몇 달치 저축액일 수 있다. 손실을 확정하면 다시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는 매도보다 추가 매수를 선택한다.
A씨는 "팔면 실패가 끝나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더 사면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가가 조금 오르면 더 기다렸고, 다시 내리면 추가 매수를 고민했다. 어느 순간 투자 판단보다 원금 회복이 먼저였다.
30대 직장인 B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처음에는 국내 대형주만 샀지만, 손실이 커진 뒤에는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다. 그는 "그냥 주식으로는 회복이 느릴 것 같았다"며 "2배 상품이면 빨리 복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하락장에서 손실도 더 빨리 커졌다.
손실 이후의 추가 매수는 심리적으로는 회복 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돈의 출처가 바뀌면 문제도 달라진다. 월급 일부로 하던 투자가 신용융자, 마이너스통장, 카드론으로 이어지면 계좌 손실은 다음 달 상환 부담으로 옮겨간다.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는 빠르게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 현황 및 시사점'에서 6월 말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6조7000억원으로 2016년 말 6조7000억원보다 5.5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9.6%였다.
레버리지 ETF 시장도 커졌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레버리지 ETF 순자산총액은 39조4000억원으로 2016년 말 3조원보다 13.1배 증가했다. 미수거래와 차액결제거래(CFD) 잔액도 2024년 말 대비 각각 57%, 60% 늘었다.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투자 방향이 빗나가면 손실도 커진다. 신용융자는 이자비용이 붙고,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운용보수와 복리효과 때문에 장기 보유 성과가 단순히 기초자산 수익률의 배수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반대매매 관련 분쟁에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3월 신용융자 반대매매 관련 주요 분쟁사례와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며, 최근 국내 증시 급등락으로 신용융자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반대매매 위험이 증가했고 관련 분쟁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빚을 동원한 투자는 회복 시간을 줄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손실이 길어지면 투자자는 수익률뿐 아니라 이자율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대출 이자가 먼저 빠져나가고, 신용점수와 추가 대출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대 직장인 C씨는 주가가 하락한 뒤 카드론을 사용했다. 그는 "생활비가 아니라 투자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자 생각이 바뀌었다. 투자금은 증권 계좌에 있었고, 갚아야 할 돈은 카드 명세서에 찍혔다.
C씨는 친구들에게 투자 손실을 말하지 않았다. 돈이 부족해 약속을 줄였지만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는 "처음에는 몇 달 안에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가가 더 빠지니까 갚는 일정도 꼬였다"고 털어놨다.
청년층의 부채 부담은 이미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이 2025년 3월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개인의 평균 부채는 1637만원이었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투자 손실까지 겹치면 회복 여력은 더 줄어든다.
전문가는 레버리지 확대가 개인 손실뿐 아니라 시장 변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이 투자 방향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수 있고, 높은 이자비용과 운용보수, 음(-)의 복리효과 등으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반대매매와 ETF 헤지 거래가 함께 움직일 때 시장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용융자와 미수거래에서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출회되거나 레버리지 ETF의 헤지 물량이 장 종가 무렵에 집중되면 주식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최근 신규 매수를 멈췄다. 계좌를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대출을 늘리지는 않기로 했다. 그는 "처음엔 돈을 벌려고 시작했는데 나중엔 잃은 돈을 되찾는 게 전부가 됐다"며 "그때부터 투자가 아니라 빚을 버티는 일이 됐다"고 털어놨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