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안심신탁 운영 서두르는데…'稅혜택·수익률’ 구멍 숭숭
LH, 수도권 등 연내 시범 운영
8·13 대책에 구체적인 내용 빠져
가입 유인 높일 인센티브 등 관건
"운용 방식·손실 책임 명확히 해야"
전세보증금을 공적기구에 맡기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이 연내 시범 추진된다.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보증금을 맡겨야 할 집주인을 움직일 유인이 관건이다. 원금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연 4∼5%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세제 혜택이 구체화될지가 불분명해 제도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5억원 기준 세전 月167만∼208만원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전월세안정화기구와 3자 약정을 맺는 내용이 담겼다. 참여는 자율 방식이며 대상 주택 유형은 아직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안정화기구에 예치하고 해당 주택에 전세로 거주한다. 기구는 이 보증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HUG 보증 주택사업 등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집주인에게 매달 지급한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은 세입자에게 반환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수익률은 연 4∼5% 수준이다. 보증금 5억원에 단순 적용하면 연간 2000만∼2500만원, 세전 월 167만∼208만원이다. 세입자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줄이고 집주인은 월세 연체 위험 없이 수익을 얻는다는 구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도권 매입임대 500가구도 시범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연 4∼5%를 고정형으로 지급할지, 운용 실적에 연동할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운용 수수료와 과세 방식, 실제 수령액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임대인 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을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목표수익률 자체보다 운용 방식과 손실 책임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정 수익이라면 운용 주체가 부족분을 책임져야 하고, 변동 수익이라면 집주인에게 수익 미달이나 손실이 돌아갈 수 있다"며 "상품 구조에 따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목표 수익 미달이나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보전 방식도 발표안에 제시되지 않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원금 안정성과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연 4∼5%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목표 수익 미달과 원금 손실을 구분해 책임 구조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심 20%…집주인 참여가 관건
이 사업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모두 동의해야 하는 만큼 실제 참여 규모가 정책 효과를 좌우한다. 국토부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20% 안팎이 관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참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안심신탁에 참여하면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직접 활용할 수 없다. 보증금이 주택 구입 자금 등을 충당하는 무이자 대출처럼 쓰여 온 만큼 참여할 수 있는 집주인은 제한적일 수 있다. 자금에 여유가 있어도 신탁 수익보다 월세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활용 제한에 따른 기회비용을 상쇄할 수익률이나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 기간 동안 보증금이 묶이는 불편을 감수할 만큼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며 "연 4∼5%가 전월세전환율과 비슷하다면 집주인은 안심신탁보다 직접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에게 여윳돈이라기보다 일종의 무이자 대출에 가깝다"며 "운용 수익의 확정 여부가 불분명한 만큼 집주인은 불확실성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어 분리과세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연 4∼5%의 수익률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직접 활용하지 못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중 예금금리에 가산 수익률을 더하는 등 추가 유인이 없다면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관심과 실제 참여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