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6년 전의 데자뷔
16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5년 국내 주식시장에 등장했던 주식워런트증권(ELW)은 한때 세계 2위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투기성 거래가 도마에 오르면서 금융당국은 20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규제 고삐를 조였다. 예탁금 제도 도입, 교육 이수 의무화,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까지 꺼내 들자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26년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를 보고 있으면 당시의 장면이 겹쳐 보인다. 출시부터 규제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개월 남짓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 출시를 본격화한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지난 5월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부터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달 31일 투자자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달 19일부터는 신규 투자자의 모의거래가 의무화되고, 최소 거래수량을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는 방안도 9월 조기 시행될 예정이다. 변동성이 잡히지 않을 경우 투자한도 설정이나 거래비용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시장이 문을 연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실상 '규제 종합세트'가 등장한 셈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미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은 거의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번 꺾인 거래가 다시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를 공식화했던 올해 1월 30일의 보도자료를 다시 꺼내본다. 당시 당국은 '해외상장 상장지수펀드(ETF)와의 비대칭 규제 해소' '국내 자본시장 매력도 제고' '자금유출유인 경감' 등을 강조했다.
불과 반년여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국내 자본시장 매력을 높이겠다며 새 시장을 열어놓고, 부작용이 나타나자 불과 몇 달 만에 규제를 연달아 덧대고 있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선 정부가 언제든 시장 규칙을 뒤집을 수 있다는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 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겠다던 정책이 되레 국장을 떠날 유인을 만드는 역설이다.
물론 과도한 투기와 변동성을 방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 다만 몇 차례 규제가 불가피했다면 왜 시장을 열기 전에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는지는 되짚어볼 일이다.
16년 전 ELW에서 이미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시장을 급하게 열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규제를 덧대는 일이 반복될수록 정책에 대한 신뢰는 깎인다. 시장은 정책 시행착오의 비용을 공짜로 치러주는 곳이 아니다.
[email protected] 박지연 증권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