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백년대계 걸린 용산공원, 성급한 주택건설 안돼

파이낸셜뉴스

서울 대규모 도심녹지 훼손 우려
무리한 개발은 미래세대에 부담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8·13 주택공급대책에서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을 포함한 공원 본체 부지에 주택을 짓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 도심에 대규모로 공급할 땅이 고갈되면서 지난 20년간 공원 용도 외 개발이 금지돼온 '미지의 땅'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용산 부지 활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청년 주거 문제 해결책으로 내세운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울 도심 내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를 헐어 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은 극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이번 계획을 실현하려면 20여년 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부터 손봐야 한다. 이 법은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만 조성하도록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을 개정해 주택용지로 돌릴 근거를 만드는 것은 용산공원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이제 막 제기된 상황인데, 관련 법안이 향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절차의 선후가 바뀐 것과 다를 바 없다.

용산공원을 단순한 유휴부지로 봐서도 안 된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외국 군대가 주둔했던 기록의 공간이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 도심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녹지다. 환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용산공원 부지가 갖는 의미는 다른 곳보다 훨씬 엄중하다. 백년대계를 내다봐야 하는 서울의 도시계획은 더욱더 용산공원 활용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급한 주택 공급 실적에 쫓겨 녹지공간을 훼손해선 안 될 일이다. 후대에 물려줄 자산을 지금 세대가 앞당겨 써버리는 것과 같다.

게다가 용산 부지는 오랜 기간 미군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해와 토양오염 정화가 선행돼야 하는 곳이다. 오염된 토질에 대한 정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곧바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택지로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성급하게 용산공원을 택지 공급 후보지로 정하려 한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의 주택난이 심각하다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거나 신도시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는 다른 선택지들을 최대한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공원 부지를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정부는 다른 대안의 한계를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은 채 공원 부지 카드부터 꺼내 드는 형국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나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 갖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당장의 부동산 시장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면 대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강행하다간 실제 공급계획 일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의 추진계획에 반발하는 여론 때문에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도시는 한번 잃은 공간을 되돌리기 어렵다. 대규모 녹지공간이 한번 훼손되면 이를 복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성급한 개발이 남길 상처는 나중에 어떤 정책으로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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