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롱폼 콘텐츠의 반가운 흥행몰이
콘텐츠 소비가 숏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은 매체는 OTT였다. 하지만 전체 이용량은 숏폼 기반 플랫폼이 OTT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올해 6월 기준 국내 주요 OTT 5개의 이용시간 합계는 1595분에 불과한 반면 유튜브는 2625분으로 나타나 숏폼이 OTT를 압도하며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숏폼 소비는 늘고, 레거시 미디어 이용은 줄고 있다.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숏폼 주도의 환경 변화로만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숏폼 영향력 확대가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게임체인저로 여겨졌던 OTT의 성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용자들이 숏폼 소비에 익숙해지면 롱폼 중심의 OTT 서비스는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콘텐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롱폼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한류의 물꼬를 텄고, 영화는 대한민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의 협업은 한국 콘텐츠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다.
미디어 산업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를 위기의 결정적 원인으로 진단하지만, 이는 롱폼 생태계가 처해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 해석일 수 있다.
숏폼 중심의 재편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비가역적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롱폼은 여전히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콘텐츠 투자는 지금까지 롱폼 형식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사업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국내 레거시 방송 사업자, OTT 사업자, 영화산업 관련 주체들은 큰 위험을 감수하며 콘텐츠에 투자해 왔고, 이러한 투자가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펀더멘털을 구축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행히 영화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극장가를 이끄는 작품들의 상영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호프'가 156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145분, '오디세이'가 172분으로, 모두 2시간 반에서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숏폼 위주로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롱폼의 가치는 증명되고 있다.
대한민국 롱폼 생태계는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가 시너지를 창출하며 성장해 온 시장으로, 성공적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왔다. 시청률 23.0%를 기록한 '김부장'의 경우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유통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롱폼 생태계는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협업을 바탕으로 공생 관계를 형성해 왔다.
숏폼 주도의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롱폼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여기까지 돌아왔다. 롱폼 생태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