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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쏟아지는 대책, 엇갈리는 해석

파이낸셜뉴스
예병정 금융부 차장
예병정 금융부 차장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종합대책'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때아닌 해석 논쟁이 벌어졌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을 '금융회사 총량관리 목표에서 별도 관리한다'는 문구가 화근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유튜브 등을 통해 집단대출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3%에서 빠져 실제 증가율이 4~5%에 이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금융업권에서도 전체 총량에서 제외되는지를 놓고 발표 초기 혼선이 빚어졌다.

질문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설명을 내놨다. 전체 3%는 금융회사별 목표와 정책모기지, 당국 유보분 등 세개의 '주머니'로 구성된다. 집단대출은 3%에 포함하되 금융회사별 한도에서는 빼 유보분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관리방식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대책 발표 초기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혼선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구조적으로 대책이 나올 때마다 해석이 엇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대출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한번 발표되는 대책의 분량만 100쪽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매번 발표 직전 공개돼 시장 참여자들이 차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다. 더구나 여러 부처의 대책을 함께 살펴야 전체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기존 원칙에 예외조항을 덧붙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정책이 자주 바뀌는 데다 예외조항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적용 시기와 기준도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대책이 나올 때마다 해석부터 다시 해야 한다.

대출정책은 발표 즉시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바꾼다. 은행은 한도를 조정하고 차주는 주택 계약과 입주, 잔금 마련 계획을 세운다. 설명이 모호하면 영업점은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 반대로 차주는 '대출이 풀린다'는 설명만 믿고 계약부터 서두를 수 있다.

아울러 대책이 반복될수록 시장은 다음 대책을 기다리게 된다. 규제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은행과 차주 모두 장기적인 기준보다 당장의 정책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잦은 수정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발표 효과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책이 많고 내용이 복잡하다고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예외가 적을수록 정책은 시장에서 더 강한 효과를 낸다. 금융당국과 은행, 전문가와 차주가 같은 문장을 같은 뜻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한다. 대책이 잦을수록 설명은 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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