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신용 2천조원 초읽기, 선제적 부채 관리 시급
가계부채 증가 억제 위한 조치 필요
취약 차주 채무조정과 연체 관리도
가계빚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려고 돈을 끌어다 쓰는 이른바 '영끌'과 '빚투'가 겹친 결과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선제적 부채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할 예정인 2·4분기 말 가계신용(가계대출에 카드값 등 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부채 지표) 잔액이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1·4분기 말 가계신용은 이미 1993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2000조원까지 6조9000억원만 남겨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2·4분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금융위원회 집계 결과 가계대출이 석달 새 21조1000억원이나 불어나면서 2000조원 돌파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규모만이 아니다. 부채의 질과 상환능력이 함께 악화하고 있다. 증시 상승기 신용대출을 늘려 투자에 나섰던 '빚투' 차주들은 최근 주가 조정으로 상환 부담이 커졌다. 1·4분기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로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의 실제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와 가계부채 흐름 등을 이유로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시장 안팎에서는 현재 2.75%인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3.5%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단발성 대응이 아닌 중장기 금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두 배 올렸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의 추가 대출 여력이 30조원가량 생겼다. 게다가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은 총량 관리에서 분리해 별도 목표로 관리하기로 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오픈런'과 '새벽 광클'까지 벌어졌던 대출난에 숨통을 터주려는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가계빚이 더 불어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담대이다. 올해 전체 증가분의 78%가 주담대다. 정부의 관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량 목표를 두 배로 늘린 것이 자칫 시장에 '빚내서 집 사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로 읽혀서는 안 된다.
물론 이번에 확대된 30조원의 대출 여력은 대부분 집단대출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파트 신규 매매 또는 갈아타기 수요자의 대출난도 일부 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런 만큼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에 확실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줄 선제 조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규제를 풀어주는 손과 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손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단기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거나 만기 연장을 앞둔 차주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를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과 연체관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 개별 가계의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