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대학이 이끄는 AI 혁명시대

파이낸셜뉴스

체질적으로 좌고우면하는 정부나
투자금의 회수에 바쁜 기업보다
대학이 AI 혁명 주도할 수 있어
AI 지휘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지식창조자·선도자 소명으로
국가와 기업, 국민을 이끌어야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스타트업 미디어 더밀크(The Miilk)가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 'AI 교육혁명, 학벌의 시대는 끝나는가'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변화의 '동시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은 기술이 등장하면 시장이 반응하고, 교육이 따라가고, 제도가 뒤늦게 정비되는 순서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학의 AI 교육혁명은 대학, 기업, 채용시장, 정부라는 네 축의 플레이어들의 동시적 반응이 불과 일년의 짧은 시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청소년 AI 교육 행정명령, 2025년 12월 퍼듀대학의 AI 역량 졸업요건 의무화, 2026년 2월 노동부의 중간관리 50% 감축 전망을 포함한 AI 리터러시 법안 및 기업 AI 교육비 세액공제 법안 동시 발의, 2026년 6월 컬럼비아대학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재의무화 등 입학제도 변화 예고, 2026년 7월 교육부의 전공 단위 학자금 심사를 포함한 연방관보 공표가 모두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AI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기에 대응도 매우 즉각적이고 대담했다.

미국 대학들의 AI에 대한 적응과 교육과정 재편도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첫째는 졸업요건 개편이다. 퍼듀대학은 2025년 12월 미국 최상위권 대형 대학 중 최초로 전공을 불문하고 AI 역량을 졸업 필수요건으로 의무화했고, 2026년 가을학기 신입생부터 모든 학부생에게 적용한다. 그 내용은 AI로 학습하기, AI에 대해 학습하기, AI 연구, AI 활용, AI와 협력의 다섯 영역을 포괄하며 구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커리큘럼을 구축하고 있다.

둘째는 평가기준의 전환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은 과제 수행 시 AI 도구 사용을 공식적으로 의무화했다. 평가기준을 제출된 최종 에세이의 질이 아니라 어떤 프롬프트를 설계했는지, AI가 생성한 환각을 어떻게 검증하고 공동 편집했는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AI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용 차원을 넘어서 AI 없이 백지에서 학습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무능이라는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셋째는 기존 전공의 통합이다. UC버클리는 신규 학위과정을 만드는 대신 기존의 모든 전공 과목에 AI를 워크플로, 즉 학습 과정으로 통합하고 전환하는 AI전환(AX) 접근방식을 선택했다. AI를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해 기존 문제를 푸는 학습으로 재설계한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도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대신 AI를 특정 전공의 전유물이 아닌 공통어로 교육해 학생들을 컴퓨팅 이중언어자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넷째는 새로운 교육조직 출범이다. 위스콘신대학은 2026년 컴퓨터과학과 통계학, 정보학을 하나로 합친 컴퓨팅·AI 단과대학을 시작하며 1억달러 기부금 유치와 50명의 신규 교수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UC샌디에이고는 2025년 가을 AI학부 전공을 독립적으로 신설해 첫해에만 200명 이상이 등록했는데, UC 계열 주립대학들 모두 컴퓨터공학 신입생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은 2024년 아이비리그 최초로 AI를 독립 학사학위로 신설했다. AI를 컴퓨터공학의 하위 분과가 아니라 수학, 통계학, 인지과학, 윤리학을 통합한 독자적 학문체계로 인정한 사례다.

AI 시대의 미국 대학의 혁신 사례를 우리 대학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첫째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동시성 문제다. 법안을 검토하고, 부지 구매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고, 설계 도면을 만들고, 공사를 발주하고, 고속도로를 닦고 할 시간이 없다. 정부와 기업, 대학이 동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둘째, 대학이 혁신의 중심에 서야 한다. 체질적으로 좌고우면하는 정부나 투자 대비 빠른 회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보다는 대학이 조금만 더 유연하고 담대하다면 이 거대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정부가 고심하는 일자리 문제, 기업이 고심하는 효율적 조직 경영과 이윤 제고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인재양성 교육 과정을 과감히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학벌의 시대를 넘어 전공의 시대를 열고, 정답을 외우는 천재가 아닌 AI를 지휘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AI 시대 대학의 역할이다. 서구 근대 대학이 지식 전달자로서 산업혁명과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다면 AI 시대의 대학은 지식 창조자와 선도자의 소명, 설득력 있는 전략으로 국가·기업·국민을 이끌어 가야 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