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I發 청년 실업, 과거와 다른 특단 대책 시급
희망직무 곧 사라진다는 불안 확산
주먹구구식 일자리 대책 넘어서야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커지고 있다. 최근 청년 실업 문제는 과거 현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기가 나빠져 채용이 줄어든다는 통상의 실업 논리로는 지금의 상황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성장률은 올라가는데 청년 고용이 유독 위축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관성적으로 외쳐온 '청년 일자리 창출'이 구호로 그칠까 우려스럽다. 정확한 원인 진단이 나와야 대책도 수립할 수 있다.
청년실업을 낳는 핵심 근원지로 인공지능(AI)의 등장이 꼽힌다. AI가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파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AI 등장 초기여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소홀히 보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구직·재직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9%는 5년 내 희망 직무가 AI로 대체·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신하면서 숙련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마저 줄어들 것이란 응답도 65.6%에 달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은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섰다. AI는 아직 등장 초기 단계이지만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이미 사회초년생들이 첫발조차 내딛기 전에 체감할 만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이미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 가운데 94.0%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든 업종은 정보서비스업, 출판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등 자료 정리·문서 작성·기초 분석 업무가 몰린 업종들이었다.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AI 영향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AI 등장에 따른 실업 증가는 전형적인 경기 순환에 따른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경력직 채용 확대, 재택근무 확산 등 기존 노동시장의 변화가 AI와 맞물리면서 일자리 시장이 구조적으로 격변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취업을 통한 사회 진출이 봉쇄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초년생들은 현장에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 경력의 첫 계단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쌓여가면 몇 년 뒤 산업 현장을 떠받칠 허리 인력 자체가 얇아지고 만다.
우리가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이유는 향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안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AI 활용 능력에 따라 사회적 경제적 지위 격차가 크게 벌어질 위험이 크다. 결국 AI 영향에 따른 일자리 정책도 단계별 맞춤형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1차적으론 신규 일자리를 어떻게든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이에 신규 일자리 창출 외에 신입·초급의 경우 AI를 활용한 직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인턴 프로그램의 경우 AI를 활용한 실제적인 프로젝트 경험을 쌓도록 구체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신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한 대책은 자칫 질 낮은 임시직만 양산해 구조적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뒤로 미루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보다는 세대와 업종, 직무별로 AI가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인 만큼 일률적 대책이 아닌 맞춤형 대응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기업 모두 직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