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극한기후 일상화, 재난 대응체계 전면 재검토해야

파이낸셜뉴스

거제에 '200년 만에 한 번' 강수량
기후변화 영향에 방재기준 높여야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주변으로 쏟아져 있다. /사진=뉴스1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주변으로 쏟아져 있다. /사진=뉴스1

거제를 중심으로 경남 지방에 극심한 폭염과 가뭄 끝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위기가 아니라 현재의 복합재난으로 다가왔다고 경고한다. 단발성 호우를 넘어 예측이 어려운 시점에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의 극한기후가 펼쳐지는 게 일상이 된 만큼 기존 재난대응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거제에는 17일 하루 654㎜의 비가 내려 1972년 관측 이래 일강수량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의 역대 일강수량 중 거제보다 많은 사례는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원 강릉과 대관령 두 곳뿐이다. 15일부터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거제 927㎜, 통영 751㎜로, 평년 여름 석 달 동안 내릴 비와 맞먹는 양이 사흘 만에 쏟아졌다. 비의 강도도 기록적이었다. 거제에서는 1시간 동안 124.5㎜가 쏟아져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거제에 '2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비가 집중됐다고 전했다.

애초 이번 비는 남부지역 가뭄을 해갈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송곳 폭우' 양상으로 피해만 키웠다. 서쪽의 강한 저기압과 동쪽의 고기압 사이로 하층 제트기류가 형성되면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됐고, 이 수증기가 남해안에 부딪히며 비구름대가 한 지역에 집중된 결과다.

인명·재산피해도 컸다. 산사태와 주택 침수, 정전 등이 잇따라 사망 1명, 부상 4명 등 인명피해가 났고 주택·도로 침수 등 피해신고가 2500건을 넘었다. 141세대 240명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장마 이후 기습적인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간당 100㎜ 이상 극한호우 15회 가운데 12회가 장마가 끝난 뒤 나타났다. 이번 폭우에 앞서 경남 지방은 이달 초 40도를 넘는 불볕더위 속에 저수율이 30%대까지 떨어지는 가뭄까지 겪었다. 폭염과 가뭄, 극한호우 등 기상급변 현상이 한 계절 안에 잇따라 펼쳐지는 게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한기후의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 양은 약 7%씩 늘어난다. 이 수증기 증가가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를 함께 키운다는 것이다.

이제 방재기준 자체를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과거의 강수 기록만으로 마련된 방재기준을 재검토하고, 극한호우에 견딜 수 있도록 방재시설과 도시 배수시스템을 전면 보강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지적으로 순식간에 발달하는 기습호우 같은 기상급변을 적시에 포착, 실효성 있게 대응할 범정부 통합 재난대응 체계를 서둘러 재구축해야 한다. 달라진 기후환경에 대응하여 재난 대비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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