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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11월 회담 추진…9월 시진핑 만남이 전초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집권 1기의 북미 정상외교를 되살려 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 현재 진행 중인 대화도, 예정된 협상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란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이 다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한 시점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아직 공식적인 회담 준비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란 대화 막히자 다시 '김정은 카드'

이번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진행 중인 협의나 대화는 없으며 예정된 것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역시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지난 6월 체결한 잠정 합의의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폐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외교정책을 대표할 만한 성과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바라봤다.

최근 한미연합훈련 축소 역시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가동하기 위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미훈련에 대한 미군 참여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이번 훈련 축소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의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8년 전보다 강해진 김정은…시진핑 역할 주목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마주할 김 위원장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만났던 상대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이듬해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났지만 비핵화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이후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전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독립적인 군사통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약 60기를 개발했으며 최대 90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해왔다. 그러나 제프리 루이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은 이 수치조차 지나치게 낮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공개한 수백대의 미사일 발사대와 해마다 늘어나는 플루토늄 및 고농축우라늄 생산량을 감안하면 현재 핵무기 보유량이 100기를 넘어 수백기 초반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외교적 입지도 달라졌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를 개선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명의 병력을 파견하면서 북러 군사협력을 강화했다. 이란과의 미사일 협력도 깊어졌다.

특히 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될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시 주석은 오는 9월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국 선전 APEC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어 일정상으로도 미중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보다 앞선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전통적인 우방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의제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불과 석 달 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의중을 전달하거나 북미 대화 재개의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까지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직접 중재하고 있다는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차 석좌는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고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기를 항상 원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더 강한 패를 쥐고 협상장에 나올 수 있다. 여기에 9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어 향후 석 달간 이어질 미중·북중·북미 정상외교의 연쇄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대북 정상외교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사진=뉴시스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사진=뉴시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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