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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미투자 '첫 단추'부터 꼬였다…美법원이 승인 취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법원, 텍사스 원유 선적항 승인 취소
"파이프라인 중복…중대한 절차상 하자"
JBIC 추가 융자 발표 나흘 만에 암초
트럼프 정부의 인허가 지원 약속 흔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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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이 미국의 신속한 인허가 지원을 믿고 추진한 5500억달러(약 769조4500억원) 규모 대미 투자·융자 계획이 첫 사업부터 법원에 가로막혔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과 3대 메가뱅크가 자금을 대기로 한 텍사스주 원유 선적항 건설사업의 승인을 취소하면서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추가 융자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사업의 전제가 흔들리면서 일본의 후속 대미 투자에도 인허가 위험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등을 관할하는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원유 선적항 사업자 '텍사스 걸프링크'에 내준 사업 승인을 취소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현지 환경보호단체가 승인 신청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사업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합의한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융자 계획의 첫 번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미·일 양국 정부는 지난 2월 이 사업을 대미 투자·융자 1차 사업으로 발표했다. 텍사스주 연안에 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원유 수출 거점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21억달러(약 2조9366억원)로 예상됐다.

문제는 사업계획에 포함된 파이프라인이다. 미국 법률은 하나의 신청구역에 심해항 한 곳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 걸프링크가 제출한 계획은 같은 구역에 있는 다른 항만의 파이프라인과 교차하도록 설계됐다. 미국법상 파이프라인도 항만을 구성하는 시설로 간주된다.

항소법원은 사업자가 미 교통부 장관에게 제출한 승인 신청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일 구역에 사실상 두 개의 심해항 시설이 존재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정부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취지다. 법원은 미 정부의 기존 승인을 취소하고 재심리를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일본 측이 사업 지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JBIC는 지난 14일 텍사스 걸프링크에 대한 추가 융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UFJ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메가뱅크와 함께 제공하는 협조융자를 1억200만달러 늘려 총 4억1500만달러(약 5801억원)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법원 판결은 지난 12일 나왔지만 JBIC의 추가 융자 발표는 이틀 뒤 이뤄졌다.

사업 승인이 무효가 되면서 추가 대출 집행과 착공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사업 자체가 최종적으로 좌초된 것은 아니지만 승인을 다시 받으려면 파이프라인 설계를 변경하거나 신청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영향을 둘러싼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긴장하는 것은 이번 판결이 개별 사업의 차질을 넘어 대미 투자 합의의 실행력을 시험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일 정부가 지난해 9월 체결한 대미 투자·융자 관련 양해각서에는 사업 승인 등 규제 절차를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일본은 이를 전제로 정부계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를 동원해 미국의 에너지·인프라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미 행정부의 승인을 뒤집으면서 백악관의 정치적 지원만으로 사업 추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향후 일본이 참여할 에너지·인프라 사업에서도 환경규제와 지역사회 반발, 연방정부의 승인 절차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원고 측은 원유 선적항 건설이 야생동물과 멕시코만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연안 지역의 대규모 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의회가 마련한 안전장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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