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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됐나"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압박에 日 긴장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일미군 주둔비·방위비 증액 압박
엔저 시정 위해 日銀 금리 인상 요구 가능성
87조엔 대미투자도 집행률 20% 그쳐
2018년 '관세 압박' 재연될라 日 초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일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주일미군 주둔경비와 방위비 증액부터 엔저 시정,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5500억달러(약 769조4500억원) 규모 대미 투자 조기 집행까지 미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안보와 경제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기 위해 외교·안보 성과를 서두르면서 일본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료 경험이 있는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대해 "또 시작됐나 싶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동맹 관리보다 유권자에게 보여줄 성과를 우선하는 트럼프식 외교가 재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용의 대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동시에 동맹국에 방위비 부담 확대를 요구하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주일미군 비용·방위비 동시 압박

일본이 가장 긴장하는 사안은 주일미군 주둔경비다. 미·일 양국은 연내 2027회계연도 이후 주둔경비 분담액을 정하는 새로운 특별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협정에는 미군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인건비와 광열비 등 일본이 부담할 비용이 담긴다.

일본의 분담액은 2026회계연도 예산 기준 2000억엔(약 1조7550억원)을 넘는다. 일본 방위성 고위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증액 요구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대비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도 일본에 주둔경비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저서에서 미국이 일본 정부에 기존 부담액의 4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협상은 장기화한 끝에 동맹을 중시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타결돼 일본은 대폭 증액을 피했다.

이번에는 일본의 전체 방위비도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10일 강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에 방위비 증액을 주문했다. 미국은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방위비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연말 안보 관련 3대 문서를 개정할 예정이어서 현재 GDP의 2%인 방위비를 얼마나 높일지가 쟁점이다.

■엔저·BOJ 금리까지 압박

미국의 대일 압박 카드는 통화·금융정책에도 걸쳐 있다. 미·일 정부는 지난달 말 외환시장에서 28년 만에 엔화 매수 공동개입을 단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주도했다. 엔저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BOJ는 다음달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같은 달 하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BOJ가 금리 인상을 보류하면 엔저 시정에 소극적이라는 미국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대미 투자 집행 속도 역시 압박 대상이다. 미·일 정부는 지난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융자 계획에 합의했지만 투자처가 확정된 금액은 전체의 20% 정도에 그친다. 미국 내 투자와 고용을 중간선거 성과로 내세우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 조기 집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미국이 부유한 나라들을 무료로 지켜주고 있다"며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자동차 추가 관세로 일본을 압박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군사력에 안보를 의존하는 일본과 유럽이 미국의 선거와 국내 정치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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