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끊었다고 끝이 아니다"…약물 회복, 단약 이후가 더 길다[마약 현장 리포트(중)]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20·30대 이용 비중 높아…반복 사용에 통제력 잃어
처벌·낙인 두려움에 상담 주저…1342가 첫 관문
상담·심리검사·재발방지…6개월마다 재평가
단약 후 첫 1년 중요…"한 번쯤" 방심이 변수
회복자 "삶의 균형 중요"…단약 넘어 일상 회복

#. 집에 혼자 있던 마약류 중독 회복자 A씨는 약물에 대한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다시 약물을 사용하기 직전, 그는 상담전화 '1342'를 눌렀다. 전화를 받은 상담사는 "우선 밖으로 나가 걸어보자"고 권했다. A씨가 걷는 동안 상담사는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자 거세게 밀려오던 갈망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결국 그는 그날 재사용 위기를 넘겼다.
[파이낸셜뉴스] 이는 조정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 상담사가 19일 본지에 소개한 사례다. 1342는 마약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와 가족이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다. 조 상담사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회복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가장 큰 증거"라며 "재사용이 곧 회복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마약에 이르는 길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반면 한번 중독에 빠진 뒤 벗어나는 과정은 계단을 한 칸씩 오르듯 더디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담 현장에서는 젊은 이용자의 비중도 두드러진다. 김에스더 중앙함께한걸음센터장은 센터 이용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상당수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사용이 반복되면서 가족관계와 직장·학업, 경제생활에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를 깨달았다고 곧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범죄자로 처벌받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사회적 낙인"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실제 1342 상담에서도 "전화를 하면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반복된다.

1342는 이런 이용자를 재활체계로 연결하는 첫 관문 가운데 하나다. 상담사는 약물 사용 여부와 정신건강, 수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등을 확인한다. 상담·재활이 필요하면 지역 함께한걸음센터로, 반복적인 약물 사용과 함께 심한 갈망이나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전문 의료기관으로 안내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함께한걸음센터 내부 게시판에 이야기치료와 미술치료, 단약 동기 증진, 가족 상담 등 마약류 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공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함께한걸음센터 내부 게시판에 이야기치료와 미술치료, 단약 동기 증진, 가족 상담 등 마약류 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공

센터에 온 뒤에는 더 긴 과정이 시작된다. 약물 사용 이력과 중독 정도뿐 아니라 가족관계와 치료 이력, 법적 문제, 자·타해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인별 재활 계획을 짠다. 개인·집단상담과 심리검사, 재발방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필요하면 의료·주거·직업 지원기관도 연결한다.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는 6개월마다 상태를 다시 평가해 목표 달성 정도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계획을 다시 세운다.

2024년부터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0·30대 청년 회복자 우주씨(가명)는 현재 주 1~2회 센터를 찾는다. 그는 회복을 "수많은 자기 고찰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심리상담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힘을 키웠다는 것이다.

과거 자신을 '고립청년'이라고 표현한 우주씨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했고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기보다 피하려 했다고 한다.

센터 프로그램은 약물을 끊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우주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며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개인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배웠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데 긴장하던 그는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뒤 다른 참가자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느냐"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쌓인 자신감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비는 단약 이후에도 이어진다. 과거 약물을 사용했던 사람과 장소, 스트레스와 외로움 등이 갈망을 다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단약 후 첫 1년을 회복의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로 꼽았다. 단약 기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이제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방심이 생길 수도 있다. 상담에서는 갈망을 일으키는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자리를 벗어나거나 주변에 연락하고 다른 활동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을 연습한다.

이 때문에 재활 현장에서는 약물 재사용을 곧바로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시 약물을 찾게 된 원인을 살피고 같은 상황이 반복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시 계획해 상담과 재활을 이어간다. 취업이나 주거 불안, 과거 함께 마약을 사용했던 인간관계 등 단약 이후의 생활환경도 재사용 위험과 연결될 수 있어 일상 복귀까지 관리하는 이유다.

김 센터장은 "회복은 단순히 단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약으로 무너졌던 삶의 전반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우주씨 역시 회복을 단순히 '약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나의 삶을 잘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복 과정에서도 스스로 삶의 균형을 잡고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큰 기복 없이 현실을 만끽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함께한걸음센터 상담실 내부. 상담 내용의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한 방음 시설과 이용자가 편안하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의자와 소파 등이 마련돼 있다. 사진=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공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함께한걸음센터 상담실 내부. 상담 내용의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한 방음 시설과 이용자가 편안하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의자와 소파 등이 마련돼 있다. 사진=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공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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