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풀었지만...감정가 요구에 형평성 논란 계속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두 배로 높였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별 추가 한도와 대출 배분 기준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 제한을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총량 확대가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문턱 완화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자금 마련이 급한 실수요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회사들과 가계대출 총량 목표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로는 당초보다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NH주택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지난 6월 1일부터 신규 취급을 제한한 지 2개월여 만이다. 총량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나온 첫 사례다.
다만 다른 은행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국의 지침을 토대로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전산을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 목표가 확대됐다는 큰 틀만 나왔을 뿐 은행별로 얼마나 더 취급할 수 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배정 규모와 기준이 나오기 전까지는 총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대출 관리 조치를 바꾸기 어렵다"고 전했다.
총량 확대의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 은행에 돌아가는 추가 여력은 금융권 전체 규모보다 훨씬 작은 데다 은행마다 기존 목표 이행 상황과 대출 포트폴리오가 달라 규제 완화 시점과 범위도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2178가구 규모의 경기 수원시 매교역팰루시드에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각각 1000억원씩 총 5000억원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도 5대 은행이 각각 1000억원의 한도를 배정하기로 했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점을 고려하면 이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대단지 몇 곳만 취급해도 개별 은행의 추가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차주들의 숨통이 즉각 트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총량 목표를 두 배로 높였다고 해서 모든 금융회사와 차주의 대출 한도가 일률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추가 여력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과 연계된 집단대출과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에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따라서 구축 아파트 매매나 갈아타기 등 일반 주담대에 어느 정도 추가 여력이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차주의 상환 능력보다 금융회사별 총량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좌우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올해 주택을 매매한 A씨는 "이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따지고 있는데 이를 충족한 차주까지 총량을 이유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주 B씨는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까지 일괄적으로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다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집단대출을 이용하는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주된 요구는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가 아닌 감정가로 산정해 달라는 것이다. 분양 당시보다 시세가 오른 만큼 감정가를 적용하면 담보가치와 대출 가능 금액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구체적인 당국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면서 관련 민원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대출이 언제부터 얼마나 확대될지 정해지지 않아 고객들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예병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