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글로벌 장기채 금리 급등, 국내시장 충격에 대비를

파이낸셜뉴스

한계차주·기업 금리 부담 점검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 유지해야

미 재무부가 발행한 10년짜리 채권 실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의 금리가 최소 1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사진=뉴시스
미 재무부가 발행한 10년짜리 채권 실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의 금리가 최소 1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사진=뉴시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수년에서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번 장기금리 급등은 일시적인 시장 변동으로 볼 일이 아니다. 누적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에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이 겹친 결과다. 정부·기업·가계 모두 글로벌 금리발(發) 충격에 대비해야 할 때다.

18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3%를 돌파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도 연 4.75% 수준까지 올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 10년물 금리 역시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독일과 프랑스 장기 국채금리도 각각 15년과 1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 장기금리가 일제히 뛰고 있는 것이다.

배경에는 각국의 재정악화가 있다.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국의 재정건전성을 의심한다는 경고신호일 수 있다. 40조달러 돌파를 앞둔 미국 국가부채에 막대한 전비까지 더해지면서 국채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간 이자 부담이 1조달러를 웃돈다. 미 국방부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겹쳤다. 채권시장 수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동전쟁 장기화도 악재다. 유가가 다시 뛰면 물가가 자극받고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재정·인플레이션·자금 수요가 동시에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장기금리 상승은 정부에만 부담이 아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의 장기 대출금리도 끌어올린다. 결국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실물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8일 연 4.751%를 기록하는 등 연일 오름세다. 국내 채권금리 상승은 주담대와 기업대출 금리의 연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른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4분기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신용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2·4분기 중 주택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각각 12조1000억원, 12조8000억원 늘었다. '영끌'과 '빚투'가 겹친 결과다.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회복이 더딘 내수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환율도 변수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외국인 자금 흐름이 흔들리고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한계차주와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부터 점검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과 건전성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즉시 가동할 유동성 안전판도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재정지출 확대가 국가 신용도와 장기금리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이 구조적 흐름이라면 한국도 임시처방으로 버틸 수 없다. 가계·기업·금융시장·재정 전반의 체질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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