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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남녀 고용·임금격차 매년 공개

파이낸셜뉴스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

저출생과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일터의 풍경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귀해진 시대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성의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경력단절 여성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고용'이 늘어난 것만으로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용부터 부서 배치, 승진, 임금에 이르는 과정에는 여전히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성별 임금격차를 보이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더 늦기 전에 풀어야 한다. 그에 앞서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데이터로 드러난 문제는 그 자체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고용평등공시제'는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한 제도다. 고용평등공시제란 기업 내 성별 근로자 비율이나 임금격차, 근속연수 등의 고용 현황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산출해 알리는 제도다. 고용과 임금 현황을 데이터라는 공통의 언어로 공개함으로써 막연했던 격차의 양상을 확인하고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워 보자는 게 그 취지라 할 수 있다.

고용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먼저 시행한 국가들의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여성활약추진법'을 통해 성별 임금격차와 여성 관리자 비율,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등을 공개하고 있다. 기업은 자신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며, 축적된 정보는 청년들이 좋은 일터를 선택하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호주와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고용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기업의 자율적인 개선과 연결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시장과 기업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수치만으로 기업을 줄 세우거나 비판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자신의 고용환경을 살펴보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객관적 정보는 기업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며 변화 노력을 알리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제도가 기업에 또 하나의 행정부담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존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와 자료제출 절차를 연계해 중복 부담을 줄이고, 기업이 스스로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마련해 자발적인 변화를 뒷받침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면 고용평등공시제는 기업이 인재활용 방식과 조직문화를 스스로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다양한 세대와 고용형태를 아우르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치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일터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평등의 실현은 물론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의 경쟁력이자 인구감소 시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데이터는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출발점이다. 고용평등공시제가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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