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산 원도심 노후 주택에 1인 가구 밀집… 안전 '빨간불'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불법 증축·폭우 등 붕괴 사고 원인
원도심에 노년층 거주 압도적 비율
생활 실태 조사 결과 주거환경 취약
'부산 해비타트 챌린지' 사업 추진

19일 부산 동구의 붕괴 주택에서 작업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백창훈 기자
19일 부산 동구의 붕괴 주택에서 작업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백창훈 기자

"어제는 옆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몰라 다리가 덜덜 떨리더라고요. 그때 외출한 상태여서 다행이지, 우리 집까지 덮쳐 무너졌다면 4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저는 구해줄 사람이 없어 그대로 깔려 죽었겠죠."

19일 오전 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주택에서 만난 유모씨(72)는 지붕이 폭삭 내려앉은 옆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두려움에 떨었다. 유씨 집과 불과 80㎝ 떨어진 2층짜리 단독 주택은 지난 18일 오후 1시께 외벽 등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소방당국과 구청은 불법 증축과 함께 광복절 연휴 내린 많은 비를 붕괴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날 찾은 붕괴 주택 현장에는 접근 금지를 알리는 테이프가 붙여진 채 구청으로부터 안전 조치 업무를 수탁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외부가 무너져 주택 내부가 훤히 보였는데 밥솥과 선풍기, 건조대 등 집기류가 여기저기 나뒹굴며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구에 따르면 붕괴 주택은 1962년 준공된 시멘트 블록 구조의 주택이다. 여러 차례 소규모 불법 증축으로 10년 전 구청으로부터 이행강제금 처분을 3차례나 받았다. 사고 당시 2층에 있었던 노부부 중 70대 남성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어깨를 다쳤다. 1층에는 70대 여성이 홀로 거주했는데, 당시 집에 없어 변을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노후 주택이 집중된 동구를 포함한 부산 원도심(동·중·서·영도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유독 높아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 역시 붕괴한 주택 주변으로 대부분이 독거 노인 세대가 거주 중이다. 이날 만난 유씨는 "홀로 살다 보니 주위에 붕괴 우려 주택이 있어도 조언을 구하기가 어렵다. 무너진 건물에 깔리는 등 피해를 입어도 도움을 요청할 동거인도 없어, 그냥 죽기 밖에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의 1인 가구는 55만6515명에 이른다. 7대 특·광역시 중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 거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원도심 4개 구는 1인가구 비중이 50% 내외에 육박한다. 중구의 경우 57.5%로, 2명 중 1명꼴로 1인 가구다.

독거노인은 이번 주택 붕괴처럼 응급상황 시 대처의 어려움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는다. 실제 최근 시가 시민 1500명(청·중장·노년 1인 가구 각 500명) 대상으로 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주거환경이 취약하다고 답했다. 특히 노년층은 가장 불편한 점으로 응급상황 대처(33.4%)를 꼽았다. 이는 식사 해결(18.4%)과 집안일 처리(7.0%)보다 응답률이 높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시가 추진하는 1인 가구 주거 안정 지원책은 청년 월세 지원 등 청년층 위주여서 노년층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지역 기업·단체 등의 릴레이 기부형식으로 어르신의 주거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부산형 해비타트 챌린지' 사업을 신규로 추진한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노년층이 가장 걱정하는 응급상황 대처 문제와 무관할뿐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정책의 연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아대 송진순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부산에서 응급위기 상황 속 노인이 실질적으로 대처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응급대책의 핵심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확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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