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과 근무 허용한 일본, 52시간제 발목 잡힌 한국
日, 시간외근로 일률규제 내달 완화
노동시간 경직성 풀어야 도태 안돼
일본 후생노동성이 다음 달부터 시간외근로(잔업)에 대한 일률적 규제를 완화한다. 지금까지는 노사가 특별조항을 만들어 월 100시간 미만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했더라도 노동기준감독서는 가급적 월 45시간 이내로 억제하도록 지도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특별조항을 체결한 기업은 사실상 월 100시간에 가까운 초과근무를 할 수 있다. 일본의 노동시장 정책을 보면 한국은 왜 이토록 경직된 정책을 고수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번 결정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결단이 있다. 그는 '강한 일본'을 내걸고 취임 이후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노동개혁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왔다. 일률적 잔업 규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게이단렌 등 경제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총리의 의지와 산업계, 그리고 근로자들의 지지가 이번 결정을 이끌었다.
일본 경제 상황은 그만큼 절박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노동시간 규제를 풀어야겠다고 정부가 판단했고, 노사도 공감하며 동의한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좁아진 노동시장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인력을 활용하는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산업계의 바람도 반영됐다고 한다.
일본만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첨단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는 국가들은 노동시간 유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배경에는 높아진 기술경쟁력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을 우리보다 자유롭게 운용하는 환경이 있다. 대만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주요 경쟁국들의 이런 움직임과 비교하면 한국은 너무나 안이하다. 다른 나라들은 노사와 정부가 힘을 합쳐 무엇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정반대다. 노동시간 유연화에 먼저 정부가 미온적이며 노조도 장단을 맞추며 반대하고 있다. 첨단 연구인력에 한해서라도 주52시간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하자는 방안이 몇년째 겉돌고 있다.
그나마 최근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첨단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포함한 주52시간제 예외 확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 부처끼리도 손발이 맞지 않는 한심한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부처 간 이견 속에 이 논의는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도체 패권을 두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노동시간 유연화를 반대하는 그들의 눈에는 왜 보이지 않을까.
그사이 경쟁국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절박한 사정은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한순간이라도 해이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경쟁에서 금세 뒤처질 수 있다. 정부와 노조는 일본을 배우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