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방지법' 통과 직후 약 배송 확대 '비대면진료' 갈등 재점화
국회는 플랫폼 도매업 겸영 제한
정부는 약 배송 전면 확대 추진
연말 제도화 앞두고 약 배송 쟁점화
[파이낸셜뉴스]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국회가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정부가 비대면진료 환자 전체로 약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제한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린 이번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중개업자를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에 포함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와 계약한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도매상에 대한 제한 등을 담았다.
같은 날 정부는 오히려 약 배송의 문을 넓히는 논의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은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앞서 약사단체와 비대면진료 중개업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약 배송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는 12월 24일부터는 섬·벽지 거주자와 장애인, 장기요양수급자,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대상자에게만 비대면진료 후 약 배송이 허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모든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약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약사회가 문제 삼는 것은 약 배송 확대 자체뿐 아니라 시점과 추진 방식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약 배송 대상을 도서·벽지와 취약계층 등으로 제한한 것은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는데,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이를 다시 확대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약사회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비급여 의약품 처방과 배송 과정의 변질·오배송 등에 대한 충분한 통계와 안전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송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는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와 배송 관리 시스템, 복약지도 및 환자 수령 확인 등 안전장치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지만 처방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구조는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논리다.
원산협은 코로나19 당시 수백만건의 약 배송을 연결하며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한 배송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배송 과정의 안전장치와 환자 편의성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은 '약 배송을 허용할 것인가'에서 '어떤 구조로 허용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약 배송 확대와 함께 가까운 동네약국을 중심으로 배송을 허용하고 비대면진료 전담약국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약국의 실시간 재고정보 제공 체계를 고도화해 환자가 처방약을 구할 수 있는 약국을 보다 쉽게 찾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플랫폼의 의약품 유통시장 직접 참여에는 국회가 제동을 건 만큼 앞으로는 플랫폼은 진료 중개와 배송 연결을 담당하고, 의약품 공급과 조제는 약국·도매업계가 담당하는 구조가 유력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약 배송 확대 여부만이 아니다. 환자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 기능과 의약품 유통의 공공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또 플랫폼과 약국 간 이해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