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대 메가'에 원전 19기 전력 더 필요, 뒷짐 풀고 속도 내야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당초 예상보다 대형 원전 19기 규모의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열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 토론회에서 오는 2040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165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최대 전력수요는 대략 100GW인 것을 감안하면, 15년 뒤엔 지금의 1.6배 가까운 전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가 전력 시스템을 다시 짠다는 비상한 각오로 대응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AI(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소비한다. 정부는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2040년 최대 전력수요를 138.2GW로 예상했는데 이번에 165GW로 20% 가까이 올렸다. 호남 반도체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용인 클러스터 조기 가동 계획을 반영한 결과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 6GW 이상, 용인 등에 14GW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지역만 합쳐도 20GW로, 대형 원전 14기 안팎의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전력수요의 성격이 과거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가정이나 상업시설처럼 전국에 분산되는 수요가 아니라 용인과 호남 등 특정 지역에서 GW급 전력을 24시간 사용하는 초대형 수요다.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정전이나 전압 변동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단순히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끊김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탄소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일조량과 바람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같은 산업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 등 안정적인 전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2040년 전력수요에 대비하려면 원전과 재생에너지, LNG(액화천연가스) 등을 적절히 조합한 현실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지금부터 갖춰야 하는 것이다.
전력 공급에도 이제 총력전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에서 전격전을 주문하면서 이를 돌릴 전력 인프라에는 느긋할 수 없는 일이다.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얼마나 확충할지 연내 확정될 12차 전기본에서 분명한 방향을 내놔야 한다.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주민 협의와 인허가, 건설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결정을 미룰 시간이 없다.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도 시급하다. 국내 송·변전설비 사업은 주민 반대와 지자체 갈등, 인허가 지연에 막혀 매번 차질을 빚었다.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첨단산업에 필요한 송전망은 국가 기간시설로 보고 중앙정부가 앞장서 갈등을 조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야 한다.
반도체와 AI 강국을 지향하면서 정작 이를 돌릴 전력 확보에 뜸을 들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에서 나온다. 전력 인프라 확충에 국가가 사활을 걸고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