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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승진에 축하 대신 위로가 온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4)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인사 시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팀장 발령을 앞둔 차장에게 동료들이 축하보다 위로를 먼저 건넨다. "이제 고생길이 열렸네"라는 말도 뒤따른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승진은 분명 축하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업들은 조직을 슬림하게 만든다는 명분 아래 관리자 자리를 줄여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놓치기 쉬운 변화가 있다. 위에서는 관리자 자리를 줄이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그 자리로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조직이 리더 자리를 없애기 전에 구성원들이 먼저 그 자리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팀장 승진에 축하 대신 위로가 온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4)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공기업과 사기업에 재직 중인 19~36세 직장인 850명을 조사한 결과, 중간관리자를 맡고 싶다는 응답은 36.7%에 그쳤고, 임원을 맡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39.2%였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승진을 바라보는 태도다. 리더 역할을 맡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47.3%로, 불안하다는 응답 22.1%의 두 배를 넘었다. 승진하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오래된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력서비스 기업인 에어로텍(Aerotek)이 올해 2월 미국과 캐나다 구직자 3,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41%가 관리자 역할을 자신의 경력 계획에 두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관리자 승진 대신 전문성을 쌓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다른 성장 경로를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성장=관리자 승진'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이 정말 리더가 되기 싫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리더 자리를 앉고 싶지 않은 자리로 만들어온 것일까? 나는 후자에 주목한다. 지금의 리더 포비아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문제, 더 정확히 말하면 직무 설계의 문제다.

그 자리를 보면 답이 나온다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는 동기-위생 이론(Motivation-Hygiene Theory)에서 성취와 인정, 책임, 성장 같은 요소를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 요인'으로 보았다. 급여나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일 자체에서 성취와 성장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직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직무충실화(Job Enrichment)라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책임 자체가 팀장을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에 걸맞은 권한과 인정, 성취의 경험이 사라질 때 책임은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부담으로 바뀐다.

해크먼과 올드햄(Hackman & Oldham)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직무특성이론(Job Characteristics Model)을 통해 기술 다양성, 과업 정체성, 과업 중요성, 자율성, 피드백이라는 다섯 가지 직무 특성이 사람의 동기와 직무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오늘날 팀장 자리를 들여다볼 때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율성, 과업 정체성, 피드백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팀장 자리는 어떨까? 먼저 자율성이 크게 줄었다. 인사와 예산, 평가 기준까지 상당 부분 위에서 정해져 내려오고, 팀장에게 남는 것은 이를 설명하고 실행하는 일인 경우가 많다. 과업의 정체성도 희미해졌다. 여러 부서와 이해관계자를 거치는 동안 업무는 잘게 나뉘고, 팀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해 완결했다고 느낄 수 있는 성과는 줄어들었다. 피드백의 구조도 모호하다. 성과가 나면 팀 전체의 공으로 돌아가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팀장에게 집중되기 쉽다. 결국 결정할 권한과 성취의 감각은 줄어든 반면, 책임의 무게는 더 커진 셈이다.

팀장 승진에 축하 대신 위로가 온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24)

이것이 단순한 세대의 정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은 공공기관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월 발표된 공공기관 인력 운용 실태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35개 기관 가운데 31곳에서 임원 승진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보상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재직한 상임이사의 28.9%는 승진한 뒤 오히려 연봉이 줄었다. 책임은 커졌는데 보상은 줄어드는 자리를 선뜻 선택하지 않는 것은 야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승진의 비용과 보상을 따져본 합리적인 선택에 가깝다.

이미 리더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리더십 기업 DDI가 50개국 리더 1만796명을 조사한 결과, 71%가 현재 역할을 맡은 이후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중 40%는 자신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해 리더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까지 고려했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리더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성원들은 과중한 책임에 지쳐가는 팀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다. "몇 년 뒤 내가 저 자리에 앉는다면 어떨까?" 리더의 소진이 반복될수록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도 함께 줄어든다. 리더 포비아는 그렇게 조직 안에서 학습되고 확산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구성원에게 승진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만 머물면 안 된다. 그들이 승진하고 싶은 자리가 되도록 리더의 일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먼저다. 책임과 권한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팀의 결과를 책임지게 한다면 인력 배치와 업무 우선순위, 평가와 예산에 대해 실제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줘야 한다. 새로운 역할을 더할 때는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도 동시에 정해야 한다.

좋은 직무 설계는 해야 할 일을 계속 늘리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된다. 동시에 관리자가 되지 않더라도 전문성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는 경력 경로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리더 자리가 유일한 성장의 길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될 때, 떠밀려 올라간 리더가 아니라 스스로 그 역할을 선택한 리더가 만들어진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이번 주에 이것부터 해보자. 팀장을 불러 앉히고 "지금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라. 선뜻 답하지 못한다면, 그 팀장에게 주어진 것은 책임이지 권한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 인력 배치든 업무 우선순위든, 실제로 팀장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 하나를 정해 명확히 위임하라.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 역시 팀장이 지도록 하라. 권한과 책임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리더의 자리가 제 기능을 한다. 아무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를 만들어놓고 구성원의 야망 부족을 탓할 수는 없다. 리더를 다시 키우고 싶다면, 리더십 교육보다 먼저 리더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설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김문경(국민대학교 겸임교수·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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