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바꿔주세요" 늘었는데...10건 중 6건 "안돼"
지난해 기피신청 5307건…수용은 2119건
신청 16% 늘 때 수용 건수는 33% 감소
경찰, 2024년부터 접수·검토 절차 강화
전문가 "기준 투명성 높이고 수사인력 늘려야"
[파이낸셜뉴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을 바꿔달라는 기피 신청이 지난해 5300건을 넘어섰지만 실제 받아들여진 비율은 4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은 늘고 있지만 수용률은 수년째 하락하면서 기피신청 남용을 막으면서도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파이낸셜뉴스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경찰 수사관 기피·회피 및 교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경찰에 접수된 수사관 기피 신청은 530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받아들여진 신청은 2119건으로 40%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수사관 기피는 피의자나 피해자 등이 담당 경찰관에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구체적 사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의자와 피해자뿐 아니라 변호인도 일정 요건 아래 신청할 수 있다.
2021년 이후 기피 신청은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인 반면 수용률은 매년 낮아졌다. 신청 건수는 2021년 4573건에서 지난해 5307건으로 약 16% 늘었으며 5년 간 누적 신청은 2만5397건에 달했다.
그러나 수용률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021년 69%에서 2022년 63%, 2023년 59%, 2024년 44%, 지난해 40%로 5년 연속 하락했다. 수용 건수도 2021년 3166건에서 지난해 2119건으로 33%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청은 734건 늘어난 반면 수용은 1047건 줄었다.
경찰은 제도 개선을 비롯해 사건 특성과 민원인의 성향, 일선 관서별 운영 방식 등 여러 요인이 수용률 하락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4년 2월부터 기피 신청의 접수·검토 절차와 수용 여부 판단 기준을 강화했다. 객관적인 사정이 없는 신청까지 추가 민원을 피하기 위해 받아주는 이른바 '민원 회피성 수용' 관행과 제도 악용에 따른 사건 장기화 등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경찰은 기피신청 접수 단계에서 신청 요건과 절차, 각하 사유 등을 안내하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수리 여부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피 사유가 수사 과정 상의 불만인 경우에는 수사부서장 상담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등 절차를 정비했다. 통계 집계 방식도 손질해 기존 '공정성 의심' 항목을 삭제하고 '방어권 미보장' 항목을 신설하는 등 기피신청서상 신청 사유와 통계 항목을 일치시켰다.
개선안에 명시된 기피 사유는 청탁전화 수신이나 피의자·피해자와의 공무 외 접촉, 모욕적 언행·욕설·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방어권 미보장, 사건 접수 후 30일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 등이다. 반면 수사관에 대한 단순 불만이나 수사에 대한 견해 차이 등 수사 공정성과 관련이 없는 사안, 객관적·구체적 사유나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 등은 불수용 사유로 제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관을 교체하면 새로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 처음부터 다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사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며 "기피 신청을 많이 수용하기보다는 민원인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보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등 좀 더 꼼꼼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 결과를 우려해 기피 제도를 수사관 교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수용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배경으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기피신청 증가와 수용률 하락을 경찰 수사권 확대 이후 높아진 견제 요구와 엄격해진 제도 운용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결과에 대한 불복 심리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 등이 신청 증가에 영향을 미친 반면 수용률 하락에는 늘어난 신청에 대응한 경찰의 방어적 태도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제도 남용을 막되 수용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피신청을) 수용하지 않는 사유를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세분화하고 유형별 수용률을 경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인력을 확충해 기피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 인력이 많아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다른 인력이 해당 수사관을 대체할 수 있다"며 "현재는 그러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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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