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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지역균형장학금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8월 5일 정부가 지역균형장학금을 발표했다. 2027학년도부터 비수도권 국립대 30곳의 신입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전 학년으로 확대하면 연 4000억원이 든다. 청년이 지역 대학에 입학해야 지역에 남는다는 논리다.

가상의 고3 세 명을 따라가 보자. 민서는 부산의 일반고 상위권이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갈 수준이다. 서울 사립대 등록금은 연 800만원, 대학가 원룸 월세는 월 71만원(관리비 포함)으로 연 851만원이다. 부산대에 가면 등록금은 0원이고 집에서 다니니 주거비도 0원이다. 4년이면 60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민서는 부산대를 택한다. 정부가 바라던 대로다. 그러나 민서의 선택은 지호의 조건을 바꾼다. 부산대가 목표인 지호는 안정권이었다. 이제 민서와 겨뤄야 한다. 수도권 학생도 온다. 부산대 정시등록자 중 수도권 출신은 2년 만에 6.5%에서 13.9%(2026학년도)로 늘었다. 지호는 떨어지고 부산의 사립대로 간다.

지호의 등록금은 연 800만원대(공학 계열)다. 민서는 등록금과 주거비를 아끼지만, 지호처럼 경쟁에서 밀리면 더 비싼 교육을 구매해야 한다. 부산대 합격의 경제가치가 커지는 구조다. 그럴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등록금 절감액을 사교육에 쓴다면, 더 많은 경제가치를 챙길 수 있다. 사교육 수요가 꿈틀댄다.

지호가 옮겨간 사립대의 환경이 힘겹다. 지난해 비수도권 국공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54% 수준이다. 2024년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재정지원(중앙정부 기준) 규모는 부산대가 2751억원이다. 반면 부산의 사립대 최고액은 1036억원이다. 여기에 부산대 등록금이 0원이 된다. 비수도권 사립대의 취업후상환 학자금대출 이용률은 9.26%로 국공립대 6.98%보다 높다(2024년). 소득 하위 구간만 쓰는 대출이다. 지호는 자기 자리까지 내주고 대출까지 받는다. 지방 사립대도 변화가 일어난다. 부산대에서 밀려난 중상위권 학생은 새로운 수요다. 그러나 사립대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직업특화 학과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호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가. 준비된 대학은 기회이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은 큰 위기다.

서연은 서울의 고3이다. 그런데 민서가 오지 않는다. 서울의 대학 정원이 유지되는 한 그 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민서의 자리는 수도권 학생이 채운다. 상위권일수록 더하다. 2025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신입생 중 서울 출신이 32.2%다. 전국 4년제 평균 16.0%의 두 배다. 세 대학 모두 전년보다 올랐다. 정책이 성공할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 글에는 빈칸이 많다. 민서처럼 선택을 바꿀 학생, 지호처럼 밀려나는 학생, 서연처럼 기회를 얻을 학생이 몇 명인지 모른다. 그러나 고교 소재지와 대학 지원, 합격, 등록 그리고 장학금 자료를 연계하면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대학별 국가장학금 지급률이 공개됐다. 그 후로 7년 동안 같은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4000억원짜리 정책이다. 지역균형발전을 내걸었는데 서울이 웃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책이 목적한 바가 아니다. 누가 얻고 누가 잃는지 미리 따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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