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中 '피지컬 AI'가 뛴다
中,美 맞서 독자 AI규범 주도 야심
로봇 하드웨어 제조하는 것을 넘어
'육체적 지능' 대량생산 인프라 구축
세계가 물리적 인공지능 시대 질주
우리도 핵심 AI인재 체계적 양성
산학연 피지컬 AI 역량 확보해야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현장은 그야말로 중국의 AI 굴기를 실감케 하는 무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열기와 위상은 대단했다. 과거 총리가 참석하던 이 대회는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개막식 기조연설을 맡는 최상위 국가 행사로 격상되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이 직접 현장을 찾았고, 행사장에 모인 29개국 대표는 상하이에 본부를 둔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출범 협정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AI 발전은 한 국가의 독주가 아닌 국제사회의 교향곡이 돼야 한다"며, AI 분야에서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해 장벽을 쌓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나아가 AI 기술을 전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 선언하며, 미국 중심의 질서에 맞서 독자적 AI 규범을 주도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대내외에 밝혔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중국의 AI 산업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반에 걸쳐 얼마나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발전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중국의 AI는 단순히 생성형 언어모델의 성능을 과시하거나 가상공간에서의 혁신에 머무르는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막대한 내수 데이터와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자율주행, 스마트 물류, 첨단 로보틱스 등 하드웨어 인프라와 결합해 강력한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속도감은 경이로웠다.
특히 놀라운 것은 미국의 수출규제 상황에서도 자국산 반도체를 이용해 AI 데이터센터를 제작·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액체냉각, 실리콘 포토닉스 등 최첨단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은 물론 최고 수준의 운영기술까지 확보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단연 휴머노이드 기술이었다. 전시장에서는 인간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모사해 산업 현장에 투입될 준비를 마친 수많은 휴머노이드 전문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데이터 공장'에 있었다. 상하이 현지에서 직접 방문한 휴머노이드 데이터 공장은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상호작용하는 데 필수적인 피지컬 AI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성하고 가공하는 핵심 전초기지였다. 과거의 AI가 인터넷상의 텍스트나 이미지 중심의 가상 데이터 학습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 법칙, 중력, 마찰력, 사물의 촉감과 같은 상호작용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가공하여 수요 휴머노이드 기업에 판매하는 혁신적 생태계가 이미 실물경제 안에서 힘차게 작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단순히 금속으로 된 로봇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것을 넘어 로봇의 '육체적 지능'을 대량생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선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하이에서 목격한 이러한 비약적인 진화와 생태계의 확장은 우리에게 매우 무겁고도 냉철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쟁력 있는 제조업과 AI를 결합하여 피지컬 AI를 선도할 수 있는 세계 몇 안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구축되고, 제조업의 AI 전환(AX)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국을 빈번하게 찾는 이유도 한국의 우수한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중 기술패권 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피지컬 AI와 직접 경쟁을 하지는 않지만,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우리 산업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래의 AI 패권은 단순히 몇몇 우수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해외의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지켜낼 수 없다. 건강하고 강한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혹독한 미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이 거대한 융합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핵심 AI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본질이자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세계가 이미 가상의 AI를 넘어 물리적 AI의 시대로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 역시 산학연의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여 한국형 AI 데이터 생태계와 피지컬 AI 역량을 확보하는 데 국가적 명운을 걸어야 할 때이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