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추정 시신 104일 만에 발견… 경찰청 '허위종결' 공식 사과
숙소 1㎞ 야자수 농장서 발견·신원 감식
담당 경찰관 종결한 200여건 전수 분석
체포적부심 석방 뒤 검찰 구속영장 청구
한성숙 총리 "재발방지책 신속 추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경찰의 허위 종결로 초동 수색이 중단됐던 장미란씨(37)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에 제주에서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장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약 1㎞ 떨어진 곳이었다.
같은 날 경찰청은 국회에서 실종사건 부실 대응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검찰은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해당 경찰관이 그동안 종결한 실종신고 약 200건도 다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
24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일대에서 합동수색을 벌이던 중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장소는 장씨가 지난 5월 12일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선 지점에서 약 1㎞, 걸어서 10여분 거리인 야자수 농장 일대다. 장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함께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장씨의 행방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서 추정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의 초동 대응 책임은 한층 무거워졌다.
장씨는 지난 5월1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의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가 같은달 15일 오후 6시43분께 제주서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사건을 담당한 A경장은 장씨와 직접 연락하거나 안전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장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한 뒤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장은 경찰 실종자 관리시스템에서도 장씨 관련 관리목록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종결되면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인력도 철수했고 초기 수색은 중단됐다.
장씨가 계속 연락되지 않으면서 가족 측이 다시 신고해 수색이 재개됐지만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폐쇄회로(CC)TV 영상 상당수는 이미 보존기간이 지난 뒤였다.
경찰의 사건 처리 문제는 한 건에 그치지 않았다. A경장은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가족에게 설명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가족이 다시 신고하면서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해당 남성은 최초 신고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들여다봐야 할 사건은 더 늘었다. A경장은 지난해 3월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실종신고 약 200건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경찰청은 A경장이 종결한 약 200건을 모두 다시 분석해 허위 또는 부적절하게 처리된 사건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A경장의 신병 처리도 이날 급박하게 진행됐다. 제주경찰청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A경장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경장은 이날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을 받았고 법원의 석방 결정으로 풀려났다. 법원은 긴급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형사책임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제주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A경장의 구속영장을 이날 오후 법원에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검찰도 직접 대응 수위를 높였다. 제주지검은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안을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 사건으로 보고 형사1부장을 주임검사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과 초동 단계부터 협조해 허위 종결 경위와 추가 범행 여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의 책임 문제는 이날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제주 실종사건의 허위 종결과 부실 대응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문 의원은 김병찬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에게 "경찰의 허위 보고와 부실 대응으로 수개월 동안 고통받은 실종자와 가족에게 경찰청을 대표해 사과하시겠느냐"고 물었다. 김 기획관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같은 경찰관이 두 사건을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한 점을 들어 담당자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서 지휘부와 실종사건 관리·감독 책임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도 제시했다. 담당 경찰관 혼자 실종사건을 종결하지 못하도록 관리자 이중 확인을 의무화하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기록 수정·삭제 이력을 보존하는 방안이다. 기록이 변경될 경우 관리자와 상급기관에 자동으로 통보하는 전산 통제장치도 요구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관련 사건을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말씀한 부분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빠르게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장씨 추정 시신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고 A경장이 처리한 약 200건까지 전수 분석 대상에 오르면서 이번 사건의 쟁점도 확대됐다. 허위 종결 동기와 지휘·감독 책임, 전산시스템의 허점은 물론 경찰의 허위 종결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 역시 향후 감식과 수사 결과를 통해 각각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